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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실험, 딜런 에번스, 나현경 역, 2019, 쌤앤파커스 유토피아 실험, 딜런 에번스, 나현경 역, 2019, 쌤앤파커스 The Utopia Experiment, 2015, Dylan Evans p. 8 50년 전에 일어난 그 무시무시한 재앙이 우리에겐, 음, 행운이었다고 생각해본 적 없습니까? 아주 불경한 말로 들리겠지요.. 하지만 그 재앙 덕분에 더 흥미진진한 삶을 살아온 건 아닐까요?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다소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삶이란 으레 그런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갔겠죠. 우린 이제 20세기의 가치에 아무 효력이 없다는 걸 압니다. 효력이 있었다면 그렇게 세계가 무너지진 않았겠죠. 그 '사고' 덕분에 삶 그 자체처럼 중대한 것들을 더 잘 인식하게 되지 않았느냔 말입니다. -브라이언 올디스 (1954) p. 36 하지만 전 지구화된 세계에 산다는 것은 ..
앙팡 떼리블, 장 콕토, 심새중 역, 2016, 창비 앙팡 떼리블, 장 콕토, 심새중 역, 2016, 창비 Enfants Terribles, 1929, Jean Cocteau p.14 그는 다르즐로를 찾고 있었다. 그는 다르즐로를 좋아했다. 사랑이 뭔지 알기도 전의 사랑이었기 때문에, 그 애정은 아이를 더한층 번민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치료 수단이 전혀 없는, 모호하고도 강력한 병이었고, 성별도 목적도 없는 순결한 욕망이었다. p. 46 요컨대 다르즐로가 보물 창고 속의 사진과 하나로 결합된 것이다. 모델과 사진은 일체가 되었다. 모델은 불필요졌다. 다르즐로라는 아름다운 동물이 하나의 추상적인 형태로 이상화되면서 마법 지대의 세목들에 추가되었고, 뽈은 현실에서 해방되어 자신에게는 방학이나 다름없는 병을 마음껏 즐겼다. p. 50 야생적인 사람들의 경우에는,..
순수박물관2, 오르한 파묵, 이난아 역, 2010, 민음사 순수박물관2, 오르한 파묵, 이난아 역, 2010, 민음사 Masumiyet Müzesi, 2008, Orhan Pamuk p.34 이 '시간 밖'의 공간 외에,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나 에잔(이슬람 사원에서 하루 다섯 번 예배 시간을 알리는 소리)을 통해 깨닫는 '공식적인' 시간이 있었다. 지금이 몇 시인지 깨닫는 것은 바깥 세계와 우리의 관계를 조정하는 의미인 듯 느껴졌다. pp.34-35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학』에서 '지금'이라는 하나하나의 순간들과 '시간'을 구분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분자처럼, 이 하나하나의 순간은 나뉠 수 없고 쪼개질 수 없다. 시간은 이런 나뉠 수 없는 순간들을 합친 선이다. 시간은, 즉 지금을 결합시킨 선은, 타륵 씨가 아무리 '잊어라.'라고 해도, 아무리 애를 써도, 바보나..
순수박물관1, 오르한 파묵, 이난아 역, 2010, 민음사 순수박물관1, 오르한 파묵, 이난아 역, 2010, 민음사 Masumiyet Müzesi, 2008, Orhan Pamuk p.30 나 역시 책임감 있고, 제대로 된 사람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시벨과 결홀할 참이었고, 그것을 간절히 원햇다. 하지만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그녀가 자신의 순결을 나에게 주었기' 때문에 이제 그녀를 버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책임감은 우리를 자랑스럽게 연결하는 또 다른 감정에, 결혼하기 전에 잠자리를 했기 때문에 우리가 '자유롭고 현대적'(물론 이 단어를 우리 자신에게 사용하지는 않았다.)이라는 착각에 그림자를 드리웠지만, 우리를 가까워지게도 했다. p.66 퓌순이 처음으로 나와 잠자리를 했다는 것만큼이나 내 머리에서 전혀 떠나지 않으며 나를 극도로 불안하게 했던 것은 그녀..
✨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김난주 역, 2001, 민음사 ✨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김난주 역, 2001, 민음사 The Woman in the Dunes, 1962, Abe Kobo p.7 벌이 없으면, 도망치는 재미도 없다. p.34 여자는 엎드린 자세로 불꽃을 쳐다보면서, 여전히 어색한 미소를 띠고 있다. 아무래도 일부러 보조개를 보이려는 것 같아,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긴장한다. 한 가족의 죽음을 얘기한 직후라서 더욱 음란하게 여겨졌다. p.46 모래 쪽에서 생각하면 형태가 있는 모든 것이 허망하다. 확실한 것은 오로지 모든 형태를 부정하는 모래의 유동뿐이다. p.55 알몸의 여자를 손바닥으로 갈기면 과연 기분을 후련할 것이다. 그러나 일이 그렇게 되어서야 상대방도 그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벌이란, 죄값을 치렀다고 인정하는 행위나 다름없으니까. ..
밝은 방: 사진에 관한 노트, 롤랑 바르트, 김웅권 역, 2006, 동문사 밝은 방: 사진에 관한 노트, 롤랑 바르트, 김웅권 역, 2006, 동문사 La Chambre Claire: Note sur la photographie, Roland Barthes, 1980 5. 사진찍히는 자 pp.26-27 역사적 차원에서 보면, (거울에서와는 다르게)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본다는 그 행위는 최근의 일이다....내가 원하는 것은 시선의 역사이다. 왜냐하면 사진은 타자로서의 자기 자신의 도래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기 동일성 의식의 교활한 분열인 것이다. 더욱 기이한 것은 사진이 발명되기 이전에 사람들이 분신의 환영에 대해 가장 많이 언급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자기 환시Héauteoscopie를 자각적 환각증과 접근시킨다. 이 자기 환시는 여러 세기 동안 커다란 신화적 주제였다. 그러..
텍스트와 타이포그래피, 얀 미덴도르프, 김지현 역, 2015, 안그라픽스 텍스트와 타이포그래피, 얀 미덴도르프, 김지현 역, 2015, 안그라픽스 Shaping Text, 2012, Jan Middendrop p.23 프랑스의 타이포그래퍼 파네트 멜리에르는 셀린 미나르Celine Minard가 쓴 의 본문을 무척 독특하게 조판했다. 본문에는 광기가 가득하다. 신경질적 타이포그래피와 색은 이야기의 분위기와 책의 정서를 반영한다. 이를 위해 모든 글자를 비트맵 이미지로 바꾼 뒤 포토숍에서 작업했다. 책은 프랑스 쇼몽에서 주관한 그래픽 디자인 프로젝트 '기이한 책Bizarre Books' 시리즈 중 하나였다. p. 47 시각적 긴장감을 주는 삼분법 삼분법은 존 토머스 스미스John Thomas Smith가 1797년 에서 처음 언급했다. 화면을 가로세로로 삼등분하면 분할된 선 네 ..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 글자, 글자사이, 낱말, 낱말사이, 글줄, 글줄사이, 단, 요스트 호훌리, 김형진 역, 2015, 워크룸 프레스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 글자, 글자사이, 낱말, 낱말사이, 글줄, 글줄사이, 단, 요스트 호훌리, 김형진 역, 2015, 워크룸 프레스 Detail of Typography, 2005, Jost Hochuli p.9 독서과정 The reading process 책을 읽을 때 경험 많은 독자들의 눈은 글줄을 따라 휙휙 도약하며 달린다. 이때 안구는 0.2~0.4초 가량 고정됐다 움직이길 반족하는데, 이를 단속성운동saccade이라 부른다.....정보는 오직 안구가 고정됐을 떄만 흡수된다. 일반적인 글자 크기로 조판되었다고 가정할 때, 한 번의 단속성 운동을 통해 (로마자를 기준으로) 대략 5~10개의 글자, 또는 1~2개의 낱말이 눈에 들어온다....평균적으로 보자면 10개의 글자 중 안구가 정확하게 집중..
미술관 전시, 이론에서 실천까지, 데이비드 딘, 전승보 역, 1998, 학고재 미술관 전시, 이론에서 실천까지, 데이비드 딘, 전승보 역, 1998, 학고재 Museum Exhibition Theory & Practice, David Dean, 1994 3장 전시회 설계 p.59 사람들이 디자인의 주요 요소로 꼽는 내용은 그들의 개성과 관심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여섯 가지의 주된 요소가 있다. 명암 / 색상 / 표면의 결 / 균형 / 선 / 형태 p.65 p.71 8. 행동경향 ❍오른편으로 방향 바꾸기 ❍오른편 벽을 따라가기 ❍오른편의 첫번째 전시물에서 멈추기 ❍마지막보다는 첫번째 전시물에서 멈추기 ❍출국 쪽에 가장 가까운 전시물은 시선을 가장 적게 받는다. ❍출구가 보이는 지역에 대한 선호 : 아마도 이런 행동은 함정을 피하기 위한 잠재의식적인 욕구에서 나온다. ❍가..
그림 창문 거울: 미술 전시장의 사진들, 윤원화, 2018, 보스토크프레스 그림 창문 거울: 미술 전시장의 사진들, 윤원화, 2018, 보스토크프레스 서문 "삼차원의 세계를 ... 평평한 표면 위에 표현한 것" p.36 결국 모든 이미지들은 (스스로 자율성을 주장하는 이미지들까지 포함해서) 현실의 일부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반영하는데, 그것은 다시 현실에 되먹임되면서 그런 현실을 더욱 강화한다. 그러니까 이미지는 실제 있었던 일의 기록이 되기도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의 도안이 되기도 한다. 이미지는 본보기가 된다. 우리는 여전히 이미지를 흉내 내서 또 다른 이미지들과 사물들, 인물들과 환경들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의 세기는 우리가 다른 동물들보다 특별히 더 뛰어난 존재가 아님을 거리낌 없이 보여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이미지를 만드는 존재이며, 여기 없는 것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