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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4, 황정은 외, 2014, 문학의 숲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4, 황정은 외, 2014, 문학의 숲 황정은 / 누가 p. 28 그녀는 시험 삼아 누구세요, 라고 물어보았다. 뜻밖에도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어왔는데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열쇠 구멍 쪽에 바짝 귀를 대고 누구시냐고 다시 한 번 물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대답했다. 아래층이야 씨발 년아. 황정은 / 낙하하다 p. 32 도무지 호상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죽음을 두고 호상이라고 말하는 장례식에 다녀온 적 있었다....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되어 죽었으므로 호상이라면 호상의 의미란 결국 죽은 사람의 처지가 아니고 산 사람의 처지에서 정리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pp. 34-35 야노 씨가 말해 주었다. 애초 빗방울이란 허공을 떨어져 내고 있을..
건축의 일곱 등불, 존 러스킨, 현미정 역, 2012, 마로니에북스 건축의 일곱 등불, 존 러스킨, 현미정 역, 2012, 마로니에북스 The Seven Lamps of Architecture, 1849, John Luskin (1819-1900) 1849년 초판 서문 p. 7 ...나의 의견에 확신이 있다면 신중하지 못한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우리 건축 체계가 불확실성과 저항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오류가 있더라도 분명한 의견을 개진한다면 그것은 모래 제방에 피는 잡초처럼 쓸모가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1. 희생의 등불 The Lamp of Scrifice p. 21 1. 건축은 인간이 세운 구조체edifice를 배열하고 장식하는 예술로서, 사용목적이 무엇이건 간에 그 모습이 인간 정신의 건강, 힘 그리고 즐거움에 기여하도록 하..
실재의 귀환, 핼 포스터, 이영욱, 조주연, 최연희 역, 2012, 경성대학교 출판부 실재의 귀환, 핼 포스터, 이영욱, 조주연, 최연희 역, 2012, 경성대학교 출판부 The Return of the Real, Hal Foster, 1996 누가 네오-아방가르드를 두려워하는가 pp. 55-56 오히려 주체성은 외상적 사건들에 대한 예상과 재구성의 이어달리기로서 구조화된다. "무언가가 하나의 외상이 되려면 항상 두 개의 외상이 있어야 한다"고 장 라플랑슈Jean Laplanche는 말하는데, 그는 프로이트 사상 속의 상이한 시간 모델들을 명확히 밝히는 데 많은 기여를 했던 인물이다. 어떤 사건은 오로지 그 사건을 다시 약호화하는 다른 사건을 통해서만 등재되며, 또한 우리는 오로지 지연된 작용 속에서만(사후성Nachträglichkeit) 우리 자신이 된다는 것이다. 내가 20세기말이라는..
현실의 건축을 위하여, 마이클 베네딕트, 계소라 역, 2002, 미건사 현실의 건축을 위하여, 마이클 베네딕트, 계소라 역, 2002, 미건사 For an Architecture of Reality, Michael Benedikt, 1987 p.8 각각 다른 형태로 소통하지만, 소설과 시는 "전달하고자" 의도하는 공허한 현실의 창이다. 그 실체는 잠재적이지도 이상적이지도 않다. 이는 스스로 포괄하는things-in-themselves 명백해 보이는 세계를 향한 현실이다. 반면 저런류의 집은 의사소통이나 '적절한' 메시지를 창출하기 위해 거리를 두고 다소 오만하게 사용되는 상징 이상의 무엇을 의도하는 듯 보인다. p. 20 ...물리학에서부터 사회학을 망라하는 최근의 과학적 사고는, 데이터, 매스컴의 사건들, 여론, 광고와 이 모든 교류 가능한 것들의 결탁으로 만들어지는 엔터..
✨사회학적 파상력, 김홍중, 2016, 문학동네 ✨사회학적 파상력, 김홍중, 2016, 문학동네 프롤로그 p. 9 책의 제목에 사용된 '파상력'이라는 용어는 원래 2007년 발표한 논문 「발터 벤야민의 파상력 연구」에서 처음으로 제안된 개념이다.(김홍중, 2007) 위의 논문에서 나는 '파괴-수집-재구성'으로 이루어진 벤야민의 독특한 방법론을, 상을 파괴하는 힘으로 집약하여 이해하고자 했다. 이 책에서는 용어의 의미를 더 확장시켜, 나 자신이 수행하는 사회학적 작업의 힘이자 윤리이자 자세이자 방법인 무언가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고자 한다. 파상이란 기왕의 가치와 열망의 체계들이 충격적으로 와해되는 체험을 가리킨다. p. 10 파상의 시대는 문명사적 변동기이며, 대안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의 꿈들이 자신의 한계를 들어내며 문제화되는 시..
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 사회와 인간에 지속하는 건축의 가치, 김광현, 2001, 공간서가 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 사회와 인간에 지속하는 건축의 가치, 김광현, 2001, 공간서가 p.9 건축을 하는 사람, 건축을 배우는 사람, 건축을 생활의 일부로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 등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다가오는 감각이 있다. 이를 '공통감각'이라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건축에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다가오는 가치와 본질이 있다. 건축물의 모양이 어떠하며 어디에 어떻게 지어졌는가 하는 조건을 넘어,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돌과 나무와 흙으로 만들어진 건물의 거친 물질 속에 배어 있을 수 있다. 또한 그런 물질과 공간이 결합한 결과물 위에서 사람은 자신의 소중한 삶을 영위해 간다는 사실이 있다. 이를 이 책에서는 '공동성'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다. p. 27 ...공동성..
집단 기억의 파괴, 로버트 베번, 나현영 역, 2011, 알마 집단 기억의 파괴, 로버트 베번, 나현영 역, 2011, 알마 The Destruction of Memory: Architecture at War, Robert Bevan, 2006 p.8 도서관과 미술관은 역사적 기억의 저장고이자 특정 집단의 현전을 과거와 잇고 현재와 미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증거다. p. 16 해나 아렌트(한나 아렌트)가 주장하듯 "인간 세계의 실재성과 확실성은 무엇보다 우리를 둘러싼 사물이 그 사물을 생산한 활동보다 더욱 영구적이라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친숙한 사물을 모두 잃는다는 것, 즉 한 개인을 둘러싼 환경이 남김 없이 파괴된다는 것은 그 사물들이 불러일으키는 기억으로부터 추방당해 방향감각을 상실함을 의미한다. 개개인의 집단 정체성과 이 정체성들의 견고한 연속상이 상실된 위..
내가 있는 곳, 줌파 라히리, 이승수 역, 2019, 마음산책 내가 있는 곳, 줌파 라히리, 이승수 역, 2019, 마음산책 Dove Mi Trovo, Jhumpa Lahiri, 2018 p. 5 장소를 옮길 때마다 나는 너무나 큰 슬픔을 느낀다. 추억이나 고통, 즐거움이 있던 곳을 떠날 때 그 슬픔이 더 크지는 않다. 충격을 받을 때마다 출렁이는 단지 속 액체처럼 이동 자체가 날 흔든다. -이탈로 스베보, 『에세이와 흐트러진 페이지』 p. 13 나는 나이면서 그렇지 않아요. 떠나지만 늘 이곳에 남아 있어요. 길에서 p. 17 인생을 같이 만들어나갈 수도 있었을 한 남자 사무실에서 p. 23 그는 이 년 전에 죽었다. 이곳에서 죽은 건 아니지만 그의 뭔가가 남아 있어서, 나는 이 방이 무덤이라 생각한다. 매표소에서 pp. 78-79 길 끝에 멋진 극장이 있다. 18..
건축과 해체, 베르나르 츄미, 류호창 서정연 역, 2002, 시공문화사 건축과 해체, 베르나르 츄미, 류호창 서정연 역, 2002, 시공문화사 Architecture and Disjunction, Bernard Tschumi, 1996 들어가기 Introduction p. 16 공간이 사회적 변혁의 평화적인 도구가 될 수 있을까? p. 18 필자가 비평과 개혁적 역할의 결합을 주창하면서, 동시에 진정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외면했던 지식인과 건축가로서의 우리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었다. 따라서 필자는 가능한 정치적 활동으로서 두 가지 유형의 활동이나 전략을 제의했는데, 이것을 '모범적인 활동exemplary actions'과 '카운터디자인counterdesign'라고 지칭했다. '모범적인 활동'은 엄밀하게 말해서 건축적인 도시 구조와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그것은 아울러 ..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2015, 문학과 지성사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2015, 문학과 지성사 1장 사람의 개념 p. 43 ...군대에서 이런 과정은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합리성을 부여받고 있지만, 그 진정한 목적은 군인들의 인격을 부정하여 그들을 사물로, 사회적으로 죽은 사람으로 만드는 데 있다. 모독mortification의 어원에 죽음mort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군인들이 이렇게 인격을 박탈당하고 물건처럼 사용되는 동안에도 국가들-'주권자들'-사이에서는 인격적 관계가 유지된다(만일 그렇지 않다면 강화가 불가능할 것이다). 국가들은 서로 전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동맹을 맺고, 우의를 다짐하고, 돈을 꿔주거나 갚고, 축구 시합을 하기도 하는 인격체들이다. 2장 성원권과 인정투쟁 pp. 78-79 깨끗한 여성과 더러운 여성의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