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동 더하기 25: 가난에 대한 스물다섯 해의 기록, 조은, 2012, 또하나의문화
사당동 더하기 25: 가난에 대한 스물다섯 해의 기록, 조은, 2012, 또하나의문화 p.9 사당동 달동네에서 여덟 살, 열한 살, 열네 살이었던 금선 할머니의 손주들은 이제 서른셋, 서른여섯, 서른아홉 살이다. 이 가족을 따라다니면서 한편으로 이야기꾼 사회학자가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 밑으로부터 사회학 하기에 빠져들었다. 이제 나는 한때의 도시빈민이 25년이 지난 뒤 빈곤의 회로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 질문에 확답할 수 없는가에 대해서 글쓰기를 시작한다. p.53 조교들이 부부 위장 간첩으로 불려 갔다 온 사건은 한편으로 매우 황당한 경험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연구자의 구술 생애사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불려 가면 진술서라는 것을 쓰는데 일종의 자기 생애사를 쓰는 것이었다...
건축 개념의 네 가지 기둥, 제임스 테이트, 김훈 역, 2018, 시공문화사
건축 개념의 네 가지 기둥: 끝까지 살아남는 건축 개념을 위한 32가지 생각들, 제임스 테이트, 김훈 역, 2018, 시공문화사Spacetime The Architecture Concept Book, James Tait, 2018, London: Thames & Hudson Ltd. 서문 p.7 현재, 건축 개념이란 용어는 아이디어와 실체적 건축 사이의 연결이 끊어졌음을 넌지시 드러내기 위해 사용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둘은 분리된 옥립체들이 되어서는 안된다. 건물은 창의적인 개념을 물리적으로 표명한 결과물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었을 때 건축가에게 개면이란, 지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우리에겐, 언제나 지어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가늠하기assessing pp. 19- 규모S..
미디어는 마사지다, 마셜 맥루한・퀜틴 피오리, 김진홍 역, 2001, 커뮤니케이션북스
미디어는 마사지다, 마셜 맥루한・퀜틴 피오리, 김진홍 역, 2001, 커뮤니케이션북스 The Medium is Massage, Marshall Mcluhan, 1967 pp. 8-9 사회는 커뮤니케이션의 내용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되는 미디어의 특성에 의해 형성되어 왔다. 예컨대 문자는 어린이들에게 있어서 완전한 무의식상태에서 흡수되는, 말하자면 삼투작용에 의한 하나의 테크놀로지이다. 단어와 단어의 의미는 어린아이들에게 특정한 방향으로 자동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소지를 제공한다. 문자나 인쇄 테크놀로지는 특정한 분과과정과 전문화과정, 그리고 일탈과정을 촉진하고 조장해 왔다. 전자 테크놀로지는 통합과 몰입을 촉진하고 조장한다. 미디어의 역할에 관한 지식 없이는 사회적 변화와 문화적 변화를 이해할 수 ..
불타버린 지도, 아베 코보, 이영미 역, 2013, 문학동네
불타버린 지도, 아베 코보, 이영미 역, 2013, 문학동네 Moetsukita Chizu, 1967, Abe Kobo p. 14 다시 살펴보니 오가는 사람도 꽤 있지만 초점이 너무나 아득한 이 풍경 속에서는 이간이 오히려 가공의 영상 같다. 그렇지만 이곳 생활이 익숙해지면 입장은 역정되어 버리겠지. 풍경은 점점 더 아득하게, 거의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투명해지고, 내 모습만이 네거필름에서 인화된 화상처럼 떠오른다. 스스로 나 자신을 분별해낼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하나같이 똑같은 인생의 정리대가 몇백세대 늘어서 있든 어차피 각각의 가족사진을 유리 액자틀에 지나지 않을테니까... pp. 287-288 누구를 위해 맥이 뛰는 것일까. 자기도 모르는 새에 계속해서 맥이 뛰는 이 거대한 심장.... 도시..
웃음과 망각의 책, 밀란 쿤데라, 백선희 역, 2011, 민음사
웃음과 망각의 책, 밀란 쿤데라, 백선희 역, 2011, 민음사 Le Livre du rire et de l'oubli, 1979, Milan Kundera 1부 잃어버린 편지들 p.19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안 줄 거야.” 그는 거짓말을 했다. “그냥 잠시 빌리려는 거야.” 그녀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 아파트 어딘가에 그의 편지가 있고, 그녀가 언제라도 아무에게나 그 편지들을 읽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삶의 한 조각이 즈데나 손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그는 견딜 수 없었다. 3부 천사들 p.127 그녀는 그렇게 얼마 동안 남아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그 불가사의한 음악이 멎었다. (미셸과 가브리엘은 이미 웃음을 멈추었다. 두 사람은 갑자기 ..
집단지성, 피에르 레비, 권수경 역, 2002, 문학과지성사
집단지성, 피에르 레비, 권수경 역, 2002, 문학과지성사 L'intelligence collective, 1994, Pierre Lévy p.20 새로운 유목공간은 지리적 영토도 제도나 국가의 영토도 아니다. 그것은 인식・지식・사유의 힘으로 이루어진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서, 그 안에서 존재론적 자질 및 사교 방식들이 개화하고 이동한다. p.38 집단 지성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디에나 분포하며, 지속적으로 가치 부여되고, 실시간으로 조정되며, 역량의 실제적 동원에 이르는 지성을 말한다. 이러한 정의에 다음 사항을 덧붙이자. 집단 지성의 토대와 목적은 인간들이 서로를 인정하며 함꼐 풍요로워지는 것이지 물신화되거나 신격화된 공동체 숭배가 아니다. pp.39-40 지성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것은 통신 설비..
유토피아 실험, 딜런 에번스, 나현경 역, 2019, 쌤앤파커스
유토피아 실험, 딜런 에번스, 나현경 역, 2019, 쌤앤파커스 The Utopia Experiment, 2015, Dylan Evans p. 8 50년 전에 일어난 그 무시무시한 재앙이 우리에겐, 음, 행운이었다고 생각해본 적 없습니까? 아주 불경한 말로 들리겠지요.. 하지만 그 재앙 덕분에 더 흥미진진한 삶을 살아온 건 아닐까요?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다소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삶이란 으레 그런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갔겠죠. 우린 이제 20세기의 가치에 아무 효력이 없다는 걸 압니다. 효력이 있었다면 그렇게 세계가 무너지진 않았겠죠. 그 '사고' 덕분에 삶 그 자체처럼 중대한 것들을 더 잘 인식하게 되지 않았느냔 말입니다. -브라이언 올디스 (1954) p. 36 하지만 전 지구화된 세계에 산다는 것은 ..
앙팡 떼리블, 장 콕토, 심새중 역, 2016, 창비
앙팡 떼리블, 장 콕토, 심새중 역, 2016, 창비 Enfants Terribles, 1929, Jean Cocteau p.14 그는 다르즐로를 찾고 있었다. 그는 다르즐로를 좋아했다. 사랑이 뭔지 알기도 전의 사랑이었기 때문에, 그 애정은 아이를 더한층 번민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치료 수단이 전혀 없는, 모호하고도 강력한 병이었고, 성별도 목적도 없는 순결한 욕망이었다. p. 46 요컨대 다르즐로가 보물 창고 속의 사진과 하나로 결합된 것이다. 모델과 사진은 일체가 되었다. 모델은 불필요졌다. 다르즐로라는 아름다운 동물이 하나의 추상적인 형태로 이상화되면서 마법 지대의 세목들에 추가되었고, 뽈은 현실에서 해방되어 자신에게는 방학이나 다름없는 병을 마음껏 즐겼다. p. 50 야생적인 사람들의 경우에는,..
순수박물관2, 오르한 파묵, 이난아 역, 2010, 민음사
순수박물관2, 오르한 파묵, 이난아 역, 2010, 민음사 Masumiyet Müzesi, 2008, Orhan Pamuk p.34 이 '시간 밖'의 공간 외에,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나 에잔(이슬람 사원에서 하루 다섯 번 예배 시간을 알리는 소리)을 통해 깨닫는 '공식적인' 시간이 있었다. 지금이 몇 시인지 깨닫는 것은 바깥 세계와 우리의 관계를 조정하는 의미인 듯 느껴졌다. pp.34-35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학』에서 '지금'이라는 하나하나의 순간들과 '시간'을 구분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분자처럼, 이 하나하나의 순간은 나뉠 수 없고 쪼개질 수 없다. 시간은 이런 나뉠 수 없는 순간들을 합친 선이다. 시간은, 즉 지금을 결합시킨 선은, 타륵 씨가 아무리 '잊어라.'라고 해도, 아무리 애를 써도, 바보나..
순수박물관1, 오르한 파묵, 이난아 역, 2010, 민음사
순수박물관1, 오르한 파묵, 이난아 역, 2010, 민음사 Masumiyet Müzesi, 2008, Orhan Pamuk p.30 나 역시 책임감 있고, 제대로 된 사람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시벨과 결홀할 참이었고, 그것을 간절히 원햇다. 하지만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그녀가 자신의 순결을 나에게 주었기' 때문에 이제 그녀를 버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책임감은 우리를 자랑스럽게 연결하는 또 다른 감정에, 결혼하기 전에 잠자리를 했기 때문에 우리가 '자유롭고 현대적'(물론 이 단어를 우리 자신에게 사용하지는 않았다.)이라는 착각에 그림자를 드리웠지만, 우리를 가까워지게도 했다. p.66 퓌순이 처음으로 나와 잠자리를 했다는 것만큼이나 내 머리에서 전혀 떠나지 않으며 나를 극도로 불안하게 했던 것은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