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문턱: 사진에 관한 에세이,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김남시 역, 2022, 열화당
과거의 문턱: 사진에 관한 에세이,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김남시 역, 2022, 열화당The Past's Threshold: Essays on Photography, Siegfried Kracauer, 2014, Diaphanes 필리프 데스푸아, 사진 매체 사상가로서의 크라카우어 p.11 크라카우어가 중점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예술사진이 아니라 신문에 실린 통속적인 사진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를 통해 강조되는 건 혼종적인 재생산 형식이라는 이 매체의 근본 특징이다. 스타의 초상은 그 복제의 상호매게적(intermedial) 사슬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개별적인 방식으로는 이해될 수 없다. 영화 촬영, 세트 사진, 르포르타주 사진과 복사본 인화를 서로 연결하는 이 복제의 사슬 속에서 스타의 초..
넥스토피아, 건축신문, vol. 21, 2018, 도서출판 마티
넥스토피아, 건축신문, vol. 21, 2018, 도서출판 마티 심소미, 「서브토피아가 점령한 세계에서」 p. 27 누군가는 서브토피아(subtopia)에 합류하기 위해 꿈꾸고, 누군가는 서브토피아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분투한다. 교외(suburb)와 유토피아(utopia)를 합성한 이 단어는 대도시 주변의 교외 확장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본격화된 인구 분산 정책으로, 영국에서는 50년 전부터 한 건축 평론가에 의해 일찍이 거론된 말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은 전쟁의 폭격으로부터 도시를 재건하고, 새로운 삶의 환경을 구축하는데 분주했다. 1950년대 중반 영국 전역으로 퍼져나가던 전원도시 건설로부터 무분별한 확장을 감지한 이는 건축 평론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이안 네언(Ian Na..
세계와 바지 / 장애의 화가들, 사뮈엘 베케트, 김예령 역, 2001, 워크룸 프레스
세계와 바지 / 장애의 화가들, 사뮈엘 베케트, 김예령 역, 2001, 워크룸 프레스 p. 20 이상이 사람들이 애호가에게 늘어놓는 말들의 아주 작은 이룹이다. 사람들은 그에게 결코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회화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그림들이 있을 뿐이지요. 그림들이란 소시지가 아닌 이상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그에 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이런 게 전부일겁니다. 즉, 그림들이랑 다소간의 상실을 통해, 또 이미지를 향하려는 다소간의 터무니없고 신비스로운 추동을 통해, 저희들이 많게든 적게든 모호한 내적 긴장들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나타내준다는 것, 그 부합 정도를 몸소 판정하는 일은 당신 자신이 문제 삼을 바가 아닌데, 그 이유는 당신은 결코 그 긴장을 겪는 자의 입장이 아니기 ..
글쓰기에 미래는 있는가, 빌렘 플루서, 윤종석 역, 2015, 엑스북스
글쓰기에 미래는 있는가, 빌렘 플루서, 윤종석 역, 2015, 엑스북스 Die Schrift. Hat Schreiben Zukunft?, Vilém Flusser, 1987, Edition Flusser, Volume V 0. 서문 p. 17 ...소위 말하는 진보는 더 나아지는 것과 무조건 동의어는 아니다. 공룡도 당시에는 그 나름대로 멋진 동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라는 형식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현재 의문의 여지가 많다. 글쓰기에 있어서 특수한 것은 무엇인가? 과연 어떤 점에서 글쓰기가 그와 비교가능한 과거와 미래의 행위들 - 그림 그리기 행위, 즉 대리석 표면에 라틴어 자모음을 정으로 새겨넣는 것, 비단 위에 붓으로 중국인의 표의문자를 그리는 것, 칠판 위에 방정식의 기호들을 휘갈겨 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