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

세계의 폭력, 장 보드리야르/에드가 모랭, 배영달 역, 2003, 동문선 세계의 폭력, 장 보드리야르/에드가 모랭, 배영달 역, 2003, 동문선 La violence du monde, Jean Baudrillard, Edgar Morin, 2003 세계적인 것의 폭력 | 장 보드리야르 p. 12 쌍둥이 빌딩은 정사각형의 토대 위에 세워진 높이 4백 미터의 6면체, 완벽하게 균형잡혀 있지만 막혀 있는 연통관, 더 이상 외부로 통해 있지 않고 인위적인 조절에 따르는 통돌로 된 기념비였다. 빌딩이 두개라는 사실은 본래의 모든 기준이 상실되었음을 의미한다. 만약 빌딩이 하나밖에 없었다면, 독점은 완전히 구현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오직 기호의 중복만이 기호가 가리키는 것을 실제로 종결지을 수 있다. p. 14 보부르센터처럼 이 기형적인 건축물들은 일반적으로 현대 테크놀로지의 극단적..
디자인과 범죄, 그리고 그에 덧붙인 혹평들, 할 포스터, 손희경・이정우 역, 2006, 시지락 디자인과 범죄, 그리고 그에 덧붙인 혹평들, 할 포스터, 손희경・이정우 역, 2006, 시지락 Design and Crime, Hal Foster, 2002 제1부 건축과 디자인 2장 디자인과 범죄 p. 30 1912년 크라우스는, 예의 간결하고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이 구별지음의 결여lack of distinction란 "모든 미래의 삶과 투쟁"을 가로막는 결여, "활동 공간running-room"의 부재라고 설파했다. p. 33 ...통례상 디자이너로 인정되는 범위가 전례 없이 넓어졌다. 그 폭은 매우 넓어서 매우 상이한 기업을 가로지르며, 다양한 사회 그룹들을 관통한다. 디자인 상품이 당신의 가정인지, 아니면 당신의 사업인지, 혹은 당신의 축축 늘어진 얼굴(디자이너 성형술)이거나, 혹은 당신의 꾸..
✨소립자, 미셸 우엘백, 이세욱 역, 2009, 열린책들 ✨소립자, 미셸 우엘백, 이세욱 역, 2009, 열린책들 Les Particules Elementaires, Michel Houellebecq, 1998 제1부 잃어버린 왕국 pp. 28-29 한 사람의 삶에 관한 이야기는 말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길어질 수도 있고 짧아질 수도 있다. 만일 한 인생에 관해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를 한다거나 인생의 무상함을 강조하고자 하는 경우라면, 굳이 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예로부터 묘비에 새겨 온 것처럼 언제 태어나서 언제 죽었다는 것만 밝혀 주어도 무방하다. 하지만 마르탱 세칼디의 경우에는,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배경을 상기시키면서 개인의 특성을 강조하기보다 사회의 변화 과정을 부각시키는 편이 좋을 듯하다. 그 자신이 사회의 특징을 잘 보여..
투쟁 영역의 확장, 미셸 우웰벡, 용경식 역, 2017, 열린책들 투쟁 영역의 확장, 미셸 우웰벡, 용경식 역, 2017, 열린책들 Extension du Domaine de la Lutte, Michel Houellebecq, 1994 pp. 18-19 당신 역시 세상에 관심이 많았다. 그것은 오래전의 일이었다. 기억을 되살려 보기 바란다. 규칙의 영역은 당신을 더 이상 만족시키지 못했다. 당신은 규책의 영역 속에서 오래 머물 수 없었다. 이제 당신은 투쟁의 영역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이제 당신은 투쟁의 영역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바로 이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기 바란다. 그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 아닌가? 기억해 보라, 물이 차가웠다는 것을. pp. 85-86 내가 담배를 점점 더 많이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적어도 하루에 네 갑은 피우는 것 같다. ..
하늘의 푸른빛, 조르주 바타유, 이재형 역, 2017, 비채 하늘의 푸른빛, 조르주 바타유, 이재형 역, 2017, 비채 Le Bleu du Ciel, Georges Bataille, 1957 pp. 72-73 공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잔뜩 취해서 우는 바보, 나는 우스꽝스럽게도 그것이 되어벼렀다. 잊힌 쓰레기가 되었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끊임없이 퍼마시는 것뿐이었다. 나는 내 건강을, 어쩌면 존재 이유가 없는 내 인생까지도 끝장낼 수 있으리라 희망을 품었다. p. 167 나로서는 잠깐 동안아리도 나 자신만 생각하기를 멈추고,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또 각자 자신의 두개골 아래에서 살아 있음을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실비아 바타유는 1946년에 바타유와 정식으로 이혼하고, 후에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의 부인이 된다. 장 르누아르 감..
✨1002번째 밤: 2010년대 서울의 미술들, 윤원화, 2016, 워크룸프레스 1002번째 밤: 2010년대 서울의 미술들, 윤원화, 2016, 워크룸프레스 1장 매혹하는 폐허 pp. 39-40 그동안 얼마나 많은 폐허 공간들이 사라지고 또 생겨났는지, 폐허를 다룬 작업은 또 얼마나 많았는지 생각해보면, 우리 눈앞의 폐허는 진부하다 못해 조금은 불길해 보이기까지 한다. 결국 폐허 애호는 밝은 미래를 불러오지도 과거를 진지하게 탐구하지도 못하면서 그저 현재를 낯설고 기괴한 것으로 소비하는 데 불과하지 않은가? 어느 정도는 그렇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폐허는 낯설고 기괴해진 현재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런 시간이 몇 년이나 계속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폐허를 기계적으로 향유하거나 배척하기에 앞서 한번쯤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하나의 폐허가 아니라..
테러리즘의 정신, 장 보드리야르, 배영달 역, 2003, 동문선 테러리즘의 정신, 장 보드리야르, 배영달 역, 2003, 동문선 L'esprit du terrorisme, Jean Baudrillard, 2002 p. 5 (아르헨티나 작가 마세도니오 페르난데스의 말에 의하면) 1990년대는 이렇다 할 사건들의 부재로 '사건들이 파업한' 시대였다. 이제 파업은 끝나 버렸다. 사건들은 파업을 멈추었다.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행위로 인해 지금까지 결코 일어난 적이 없는 사건들을 집약해 놓은 완전한 사건, 즉 절대적인 사건인 '모(母)'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p, 13 정말 문제는 근본적인 적대감이다. 이러한 적대감은 (세계화의 진앙지이긴 하지만 세계화의 화신이 아닌) 미국이라는 유령을 통해, (역시 테러리즘의 화신이 아닌) 이슬람이라는 유령을 통해 드러나는 자신의 덫에..
오큘로OKULO 007: 풍경, 2018, 미디어버스 오큘로OKULO 007: 풍경, 2018, 미디어버스 풍경은 넘치지만 현실은 희박하다: 풍경 이미지의 정치적 퇴행 / 서동진 p. 11 영상 작업을 하는 시각 예술 분야 작가들에게서 역사적 시간을 재현하는 작법으로 풍경에 의지하는 경향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역시 놓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테면 박찬경의 은 아예 풍경 이미지 자체를 역사적 시간의 도상으로 구성하려는 시도를 제안한다. p. 13-14 세월호 참사 2년 뒤인 2016년 경기도 미술관은 "세월호 희생자 추념전"으로 《사월의 동행》이란 전시를 진행하였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인 4월 16일부터 시작된 이 전시에서 우리는 세월호 사태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을 기억하고 제시하려는 여러 시각예술 작업의 사례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
여름의 아홉날, 2019, 시청각 여름의 아홉날: 윤지원, 2019, 시청각 9 Days in the Summer, 2019, audio visual pavillion 스톡 푸티지의 추억, 혹은 무제(Untitled)의 역사: 윤지원 론 / 곽영빈 I. 스톡 푸티지의 추억 pp. 7-8 주지하듯 '스톡 푸티지'란 대개 다른 목적을 위해 재사용할 수 있는 건물이나 도시, 산이나 바다와 같은 자연경관이나 특수효과 동영상을 지칭한다. 하지만 우리의 맥락에서 보다 엄격히 말하면 그들은 구체성이 탈각된 이미지들이라 할 수 있다. 각각은 '대도시', 'LA'나 '도쿄, '대자연'이나 '붕괴되는 마천루'에 대응하는 이미지일 수는 있지만, 정확하게 누가, 언제, 어떤 각도에서, 어떤 카메라로 찍었는가와 같은 '스펙', 즉 사양specification은..
폐허, 전소정, 2019, 북노마드 폐허, 전소정, 2019, 북노마드 Ruins, Sojung Jun, 2019 예술, 삶이 빛나는 순간 / 김윤경 p. 71 그런 과정을 반복하는 전소정의 삶은 전소정의 예술을 그대로 반복한다. 여전히. 삶을 되풀이하는 예술, 예술을 되풀이하는 삶. 이것이 그 강렬했던 울림의 실체는 아니었을까, 이제야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나 역시 그 쉼 없이 되풀이되는 삶의 한가운데에 서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 지금에서야. 거기에 인물은 없다 / 방혜진 p. 107 시리즈는 특정한 직업군에 속한 인물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의 외양을 띄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사실(입증된 현실)에 굳건히 발을 디딘 채 허구(입증되지 않은 현실)를 향해 뻗어나간다. 그렇게 맞닿은 허구가 진실을 드러내는 순간을 포착한다(그러므로 전소정 작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