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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real Reality, 정현, 초타원형, 2019 Unreal Reality, 정현, 초타원형, 2019 Track 1: Mode 7 (feat. -Zero) 가속하는 평면 pp. 25-26 전자 세계의 초창기는 기종을 넘어, 타일 랜더링(tiled rendering)으로 구축되었습니다. 이 기술은 평면에서 무한한 세계를 구축하는 가장 쉬우면서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나무나 건물이 그려진 타일의 조합은 드넓은 자연과 도시의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고정 시점상에서 완전한, 평평한 스크롤이 가능했습니다. 「모드 7」은 이 평평한 세계를 크게 위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평평한 세계를 가속합니다. 엔진은 세계를 뒤틀어 단숨에 책의 한 페이지처럼 만들어 버릴 수 있었습니다. 즉 그래픽으로 구축된 '슈퍼 플랫'한 세계를, 그 환경을 다시금 유사 3차원 공간 안의 평..
비평의 조건: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 고동연・신현진・안진국, 2001, 도서출판 갈무리 비평의 조건: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 고동연・신현진・안진국, 2001, 도서출판 갈무리 류병학, 전문가로서의 비평가: 너희가 비평을 아느냐 p. 68 류 ...그리고 당시 제가 『미술세계』로부터 받은 원고료는 적잖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정민영 편집장 본인 월급을 저에게 원고료로 보냈던 거예요. 그 사실을 저는 10년이 지난 후에 알았어요. p. 81 류 그러니까 나를 덜어버리는 게 필요하죠. 작가를 위해 쓰는 거니까요. 그게 비평이 되는 거죠. 비평은 그 사람을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그에게 더 필요한 지점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접근해주는 거지요. 김장언, 분열된 현재적 주체 pp. 99-100 그러는 와중에 어떤 작가 그룹이 자신들의 아티스트북을 만드는 데 글을 써달라고 하..
사형장으로의 초대, 블라디미르 나보코브, 박혜경 역, 2009, 을유문화사 사형장으로의 초대, 블라디미르 나보코브, 박혜경 역, 2009, 을유문화사 Priglashenie Na Kazn, Vladimir Nabokov, 1938 p. 147 "아니요, 당신은 어쨌든 패러디에 불과할 뿐입니다." 친친나트가 속삭였다. 그녀가 미심쩍은 듯 미소를 지었다. "이 거미처럼, 이 격자처럼, 이 시계 소리처럼." 친친나트가 속삭였다. "그럴 리가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다시 코를 풀었다. "설마 그럴 리가요." 그녀가 다시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죄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었으며, 그사이 시계는 무의미한 울림소리를 내며 치고 있었다. "나가실 때 복도에 있는 시계를 주의 깊게 보시지요." 친친나트가 말했다. "시계의 숫자판은 비어 있지만 30분마다 간수가 옛 바늘을 지우고 새..
메타 유니버스: 2000년대 한국미술의 세대, 지역, 공간, 매체, 윤율리・구정연 편, 2015, 미디어버스 메타 유니버스: 2000년대 한국미술의 세대, 지역, 공간, 매체, 윤율리・구정연 편, 2015, 미디어버스 안녕한 듯, 안녕하지 않은, 안녕한 것 같은, 안녕들하십니까? ⎯ 남웅 4. pp. 35-36 물론 과거에 대한 병적인 집착은 다양한 결을 갖고 있다. 먼저 여기 소비되는 과거의 시간성이 '실체'를 갖고 있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지향하는 고전과 복고가 역사의 흔적을 원상태로 복원/복각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화된 이미지, 카탈로그화 된 상태로 편집하고 화보로 스타일링된 이미지를 향유하는 것이라면, 지금 여기에 소비되는 과거는 실재했던 것이기보다 유령적 시간성을 가진 채 반복적으로 귀환하는 것에 가깝다. 이를 시각화하는 작업이 2014 에르메스상 후보로 오른 슬기와 민 (2014)일 것이다. ..
세계의 폭력, 장 보드리야르/에드가 모랭, 배영달 역, 2003, 동문선 세계의 폭력, 장 보드리야르/에드가 모랭, 배영달 역, 2003, 동문선 La violence du monde, Jean Baudrillard, Edgar Morin, 2003 세계적인 것의 폭력 | 장 보드리야르 p. 12 쌍둥이 빌딩은 정사각형의 토대 위에 세워진 높이 4백 미터의 6면체, 완벽하게 균형잡혀 있지만 막혀 있는 연통관, 더 이상 외부로 통해 있지 않고 인위적인 조절에 따르는 통돌로 된 기념비였다. 빌딩이 두개라는 사실은 본래의 모든 기준이 상실되었음을 의미한다. 만약 빌딩이 하나밖에 없었다면, 독점은 완전히 구현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오직 기호의 중복만이 기호가 가리키는 것을 실제로 종결지을 수 있다. p. 14 보부르센터처럼 이 기형적인 건축물들은 일반적으로 현대 테크놀로지의 극단적..
디자인과 범죄, 그리고 그에 덧붙인 혹평들, 할 포스터, 손희경・이정우 역, 2006, 시지락 디자인과 범죄, 그리고 그에 덧붙인 혹평들, 할 포스터, 손희경・이정우 역, 2006, 시지락 Design and Crime, Hal Foster, 2002 제1부 건축과 디자인 2장 디자인과 범죄 p. 30 1912년 크라우스는, 예의 간결하고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이 구별지음의 결여lack of distinction란 "모든 미래의 삶과 투쟁"을 가로막는 결여, "활동 공간running-room"의 부재라고 설파했다. p. 33 ...통례상 디자이너로 인정되는 범위가 전례 없이 넓어졌다. 그 폭은 매우 넓어서 매우 상이한 기업을 가로지르며, 다양한 사회 그룹들을 관통한다. 디자인 상품이 당신의 가정인지, 아니면 당신의 사업인지, 혹은 당신의 축축 늘어진 얼굴(디자이너 성형술)이거나, 혹은 당신의 꾸..
✨소립자, 미셸 우엘백, 이세욱 역, 2009, 열린책들 ✨소립자, 미셸 우엘백, 이세욱 역, 2009, 열린책들 Les Particules Elementaires, Michel Houellebecq, 1998 제1부 잃어버린 왕국 pp. 28-29 한 사람의 삶에 관한 이야기는 말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길어질 수도 있고 짧아질 수도 있다. 만일 한 인생에 관해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를 한다거나 인생의 무상함을 강조하고자 하는 경우라면, 굳이 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예로부터 묘비에 새겨 온 것처럼 언제 태어나서 언제 죽었다는 것만 밝혀 주어도 무방하다. 하지만 마르탱 세칼디의 경우에는,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배경을 상기시키면서 개인의 특성을 강조하기보다 사회의 변화 과정을 부각시키는 편이 좋을 듯하다. 그 자신이 사회의 특징을 잘 보여..
투쟁 영역의 확장, 미셸 우웰벡, 용경식 역, 2017, 열린책들 투쟁 영역의 확장, 미셸 우웰벡, 용경식 역, 2017, 열린책들 Extension du Domaine de la Lutte, Michel Houellebecq, 1994 pp. 18-19 당신 역시 세상에 관심이 많았다. 그것은 오래전의 일이었다. 기억을 되살려 보기 바란다. 규칙의 영역은 당신을 더 이상 만족시키지 못했다. 당신은 규책의 영역 속에서 오래 머물 수 없었다. 이제 당신은 투쟁의 영역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이제 당신은 투쟁의 영역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바로 이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기 바란다. 그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 아닌가? 기억해 보라, 물이 차가웠다는 것을. pp. 85-86 내가 담배를 점점 더 많이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적어도 하루에 네 갑은 피우는 것 같다. ..
하늘의 푸른빛, 조르주 바타유, 이재형 역, 2017, 비채 하늘의 푸른빛, 조르주 바타유, 이재형 역, 2017, 비채 Le Bleu du Ciel, Georges Bataille, 1957 pp. 72-73 공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잔뜩 취해서 우는 바보, 나는 우스꽝스럽게도 그것이 되어벼렀다. 잊힌 쓰레기가 되었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끊임없이 퍼마시는 것뿐이었다. 나는 내 건강을, 어쩌면 존재 이유가 없는 내 인생까지도 끝장낼 수 있으리라 희망을 품었다. p. 167 나로서는 잠깐 동안아리도 나 자신만 생각하기를 멈추고,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또 각자 자신의 두개골 아래에서 살아 있음을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실비아 바타유는 1946년에 바타유와 정식으로 이혼하고, 후에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의 부인이 된다. 장 르누아르 감..
✨1002번째 밤: 2010년대 서울의 미술들, 윤원화, 2016, 워크룸프레스 1002번째 밤: 2010년대 서울의 미술들, 윤원화, 2016, 워크룸프레스 1장 매혹하는 폐허 pp. 39-40 그동안 얼마나 많은 폐허 공간들이 사라지고 또 생겨났는지, 폐허를 다룬 작업은 또 얼마나 많았는지 생각해보면, 우리 눈앞의 폐허는 진부하다 못해 조금은 불길해 보이기까지 한다. 결국 폐허 애호는 밝은 미래를 불러오지도 과거를 진지하게 탐구하지도 못하면서 그저 현재를 낯설고 기괴한 것으로 소비하는 데 불과하지 않은가? 어느 정도는 그렇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폐허는 낯설고 기괴해진 현재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런 시간이 몇 년이나 계속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폐허를 기계적으로 향유하거나 배척하기에 앞서 한번쯤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하나의 폐허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