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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머리들/소멸자/다시 끝내기 위하여 그리고 다른 실패작들, 사뮈엘 베케트, 임수현 역, 2016, 워크룸 프레스 죽은-머리들/소멸자/다시 끝내기 위하여 그리고 다른 실패작들, 사뮈엘 베케트, 임수현 역, 2016, 워크룸 프레스 Têtes-mortes, Le Dépeupleur, Pour finir encore et autres foirades, Samuel Beckett, 1967/1972,1970,1976 죽은-머리들 Têtes-mortes 충분히 Assez | 1966년 p. 12 그가 내 손을 잡았을 때 나는 여섯 살쯤 되었을 것이다. 이제 막 어린 시절에서 벗어난 때였다. 하지만 머지않아 완전히 벗어났다. 왼손이었다. 그는 오른쪽에 있는 걸 못 견뎌 했다. 그렇게 우리는 손을 잡고 나란히 앞으로 나아갔다. 장갑 한 쌍이면 충분했다. 자유로운 또는 바깥에 있는 손들은 맨살인 채 덜렁거렸다. 그는 자기 피부에..
오늘의 포르노그래피, 알랭 바디우, 강현주 역, 김상운 감수, 2015, 북노마드 오늘의 포르노그래피, 알랭 바디우, 강현주 역, 김상운 감수, 2015, 북노마드 Poronographie du temps prèsent, Alain Badiou, 2013 현재의 이미지 pp. 15-18 자크 라캉은 주네의 희곡을 길게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프로이트가 자기 이론의 대부분을 소포클레스의 희곡에서 끌어냈던 것과 마찬가지로, 라캉은 실재계le réel를 재현[표상]으로, 욕망을 이미지로 변환시키는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것이 문제가 될 때, 연극이 이를 위한 중요한 보고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주체들을 그들 자신의 창조적 능력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권력에 주체들이 동의하라고 상상적 수법에 의해 강요하는 것이 연극이라면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라캉은 형식적 외양을 강조합니다. 라캉은 「발코니」가 한 ..
생각하기/분류하기, 조르주 페렉, 이충훈 역, 2015, 문학동네 생각하기/분류하기, 조르주 페렉, 이충훈 역, 2015, 문학동네 Penser/Classer, Georges Perec, 1985 모색중인 것에 대한 노트, Notes sur ce que je cherche, Le Figaro, 1978, 12.8, p. 28 p. 13 나는 막연하나마 내가 쓴 책들이 문학에 대해 내가 품고 있는 총체적 이미지에 그 의미들을 새기고, 또 그 안에서 의미를 띤다고 느끼지만, 이 이미지를 결코 정확히 포착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이미지는 내게 글쓰기 너머의 것이며, '나는 왜 글을 쓰나'라는 물음에 대한 것으로, 이는 내가 오직 글을 쓰면서만, 기어코 완성되고야 마는 하나의 퍼즐처럼 계속해서 써나가면서, 이 이미지가 가시화되어갈 바로 그 순간을 끊임없이 유예시키면서만, ..
공간의 종류들, 조르주 페렉, 김호영 역, 2019, 문학동네 공간의 종류들, 조르주 페렉, 김호영 역, 2019, 문학동네 Espèces d'dspaces, Georges Perec, 1974/2000 페이지 La Page 5 p. 27 공간은 이렇게 오직 단어들, 흰 종이에 적힌 기호들과 함께 시작된다. 공간을 묘사하기: 공간을 명명하기, 공간을 글로써 그리기, 해도 제작자들처럼 해안을 항구들 이름들로, 곶의 이름들로, 작은 만의 이름들로 채워넣어, 마침내 육지와 바다가 오로지 연속되는 하나의 텍스트 띠로만 분리되게 만들기, 알레프, 전 세계가 동시에 보이는 이 보르헤스의 장소 는 바로 알파벳이지 않을까? 침대 Le Lit 4 p. 37 - 다음을 읽을 것: V. 플루서, 「침대에 대하여」, 『코즈 코뮌』, 2편, 제5호, 1973, 21-27쪽. 방 La Ch..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필립 K. 딕, 박중서 역, 2013, 폴라북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필립 K. 딕, 박중서 역, 2013, 폴라북스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 Philip K. Dick, 1968 pp. 105-106 "집집마다 혼자 들어가보겠다고요?" 그는 차마 믿을 수 없었다. "왜요, 안 되나요?" 그녀는 다시 한 번 신경이 곤두선 듯 오싹 몸을 떨었고, 자기가 뭔가 잘못 말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인상을 찡그렸다. 이지도어가 말했다. "저도 그렇게 해봤거든요. 딱 한 번이지만요. 하지만 한 집에 들어갔다 나오자마자 저는 제 집으로 달려갔어요. 저만의 공간으로 들어가자마자 나머지 집들에 관해서는 아예 생각도 안 하게 되었죠. 아무도 살지 않는 집. 여기는 그런 게 수백 가구나 돼요. 하나같이 사람들이 예전..
Scaled Structure, 정현, 초타원형, 2019 Scaled Structure, 정현, 초타원형, 2019 Track 1: 데스 앤 리버스 죽음으로 사죄 (feat. Evangelion) Track 2: 모델 (feat. 잭슨홍) p. 68 자하 하디드의 컴퓨터 그래픽스 이미지와 모형, 또 이제는 까맣게 잊힌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마이크로메가Micromega」 시리즈나 「체임버 워크스Chamer Works」 등은 어떻습니까? 이미지와 모형 그리고 건축은 제각기 파편화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눈에 띄는 자의적인 형태를 드러내는 반면 실제 구축 행위로서의 건축과는 의도적으로 결별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재현은 실현을 위한 적극적인 정치이며, 재현의 실체화는 우선순위가 아니었음이 분명합니다. pp. 72-73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건축을 철학과 ..
Unreal Reality, 정현, 초타원형, 2019 Unreal Reality, 정현, 초타원형, 2019 Track 1: Mode 7 (feat. -Zero) 가속하는 평면 pp. 25-26 전자 세계의 초창기는 기종을 넘어, 타일 랜더링(tiled rendering)으로 구축되었습니다. 이 기술은 평면에서 무한한 세계를 구축하는 가장 쉬우면서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나무나 건물이 그려진 타일의 조합은 드넓은 자연과 도시의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고정 시점상에서 완전한, 평평한 스크롤이 가능했습니다. 「모드 7」은 이 평평한 세계를 크게 위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평평한 세계를 가속합니다. 엔진은 세계를 뒤틀어 단숨에 책의 한 페이지처럼 만들어 버릴 수 있었습니다. 즉 그래픽으로 구축된 '슈퍼 플랫'한 세계를, 그 환경을 다시금 유사 3차원 공간 안의 평..
비평의 조건: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 고동연・신현진・안진국, 2001, 도서출판 갈무리 비평의 조건: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 고동연・신현진・안진국, 2001, 도서출판 갈무리 류병학, 전문가로서의 비평가: 너희가 비평을 아느냐 p. 68 류 ...그리고 당시 제가 『미술세계』로부터 받은 원고료는 적잖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정민영 편집장 본인 월급을 저에게 원고료로 보냈던 거예요. 그 사실을 저는 10년이 지난 후에 알았어요. p. 81 류 그러니까 나를 덜어버리는 게 필요하죠. 작가를 위해 쓰는 거니까요. 그게 비평이 되는 거죠. 비평은 그 사람을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그에게 더 필요한 지점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접근해주는 거지요. 김장언, 분열된 현재적 주체 pp. 99-100 그러는 와중에 어떤 작가 그룹이 자신들의 아티스트북을 만드는 데 글을 써달라고 하..
사형장으로의 초대, 블라디미르 나보코브, 박혜경 역, 2009, 을유문화사 사형장으로의 초대, 블라디미르 나보코브, 박혜경 역, 2009, 을유문화사 Priglashenie Na Kazn, Vladimir Nabokov, 1938 p. 147 "아니요, 당신은 어쨌든 패러디에 불과할 뿐입니다." 친친나트가 속삭였다. 그녀가 미심쩍은 듯 미소를 지었다. "이 거미처럼, 이 격자처럼, 이 시계 소리처럼." 친친나트가 속삭였다. "그럴 리가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다시 코를 풀었다. "설마 그럴 리가요." 그녀가 다시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죄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었으며, 그사이 시계는 무의미한 울림소리를 내며 치고 있었다. "나가실 때 복도에 있는 시계를 주의 깊게 보시지요." 친친나트가 말했다. "시계의 숫자판은 비어 있지만 30분마다 간수가 옛 바늘을 지우고 새..
메타 유니버스: 2000년대 한국미술의 세대, 지역, 공간, 매체, 윤율리・구정연 편, 2015, 미디어버스 메타 유니버스: 2000년대 한국미술의 세대, 지역, 공간, 매체, 윤율리・구정연 편, 2015, 미디어버스 안녕한 듯, 안녕하지 않은, 안녕한 것 같은, 안녕들하십니까? ⎯ 남웅 4. pp. 35-36 물론 과거에 대한 병적인 집착은 다양한 결을 갖고 있다. 먼저 여기 소비되는 과거의 시간성이 '실체'를 갖고 있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지향하는 고전과 복고가 역사의 흔적을 원상태로 복원/복각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화된 이미지, 카탈로그화 된 상태로 편집하고 화보로 스타일링된 이미지를 향유하는 것이라면, 지금 여기에 소비되는 과거는 실재했던 것이기보다 유령적 시간성을 가진 채 반복적으로 귀환하는 것에 가깝다. 이를 시각화하는 작업이 2014 에르메스상 후보로 오른 슬기와 민 (2014)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