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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영역의 확장, 미셸 우웰벡, 용경식 역, 2017, 열린책들

투쟁 영역의 확장, 미셸 우웰벡, 용경식 역, 2017, 열린책들

Extension du Domaine de la Lutte, Michel Houellebecq, 1994

 

 

 

 

pp. 18-19

당신 역시 세상에 관심이 많았다. 그것은 오래전의 일이었다. 기억을 되살려 보기 바란다. 규칙의 영역은 당신을 더 이상 만족시키지 못했다. 당신은 규책의 영역 속에서 오래 머물 수 없었다. 이제 당신은 투쟁의 영역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이제 당신은 투쟁의 영역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바로 이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기 바란다. 그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 아닌가? 기억해 보라, 물이 차가웠다는 것을.

 

pp. 85-86

내가 담배를 점점 더 많이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적어도 하루에 네 갑은 피우는 것 같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내 존재의 진정한 자유를 표현하는 유일한 일이 되었다. 또 내가 유일하게 나의 온 정열을 기울여서 몰두하는 일인 동시에, 유일한 나의 미래에 대한 계획이기도 하다. 

 

p. 104

사실 지난 몇 년 간은 내게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삶이라는) 경험을 중단시킬> 이유가 되지는 못했다.

 

p. 131

사랑이라는 개념은 그 존재론적인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힘의 속성들을 가져 왔고, 또 지금도 가지고 있다. 급히 만들어지긴 했지만, 이 개념은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오늘날 역시 의도적으로 사랑을 거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사랑의 승리야말로, 인간의 본성을 구성하고 있는 욕구와의 신비스러운 조응을 보여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이 분석가는 쓸데없는 소리들로부터 벗어난다. 나는 전술한 욕구, 즉 인간의 본성에 대한 가장 간략한 가정을 공식화하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다. 사랑의 결과들을 관찰할 수 있으니, 어쨌든 사랑이란 존재한다. 

 

p. 139

그는 말했다. 알다시피 나는 돈을 냈어. 주말마다 어떤 창녀에게 돈을 지불했어. 토요일 저녁이 바로 그러는 날이지. 아마도 나는 결국 그러다가 죽겠지. 하지만 어떤 남자들은 똑같은 일을 공짜로 할 수 있다는 걸 나는 알지. <그리고 거기에데 사랑까지> 하면서 말이야. 나는 시도해 보고 싶어. 당장 다시 한번 시도해 보고 싶어.

...결국 우리 사회에서는 분명히 섹스도 차별화의 또 다른 체계를 보여준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돈과는 전혀 무관한 문제이다. 그것은 또한 냉혹한 차별 체계인 것이다. 이 두가지 체계의 효과는 엄밀히 똑같다. 무제한적인 경제 자유주의와 마찬가지로 섹스의 자유주의는 <절대 빈곤> 현상을 낳는다. 어떤 이들은 매일 사랑을 하는데, 어떤 이들은 평생에 대여섯 번 뿐이다.

 

p. 215

어쩌면 오늘 나는 박사 학위 과정의 어떤 논문에 나오는 여러 구체적인 사례 중에서 막연한 어떤 존재를 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기록의 일부가 되었다는 느낌이 나를 안심시킨다. 나는 단단한 제본, 약간 슬픈 표지의 책을 상상한다. 나는 책갈피 속으로 몸을 수그린다. 나는 몸을 웅크린다. 

 

 

 

 

 


 

*1994년 미셸 우엘벡의 첫번째 장편 소설. 

-섹스라는 것에 대해서 현대적인 우울의 관점에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