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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4, 황정은 외, 2014, 문학의 숲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4, 황정은 외, 2014, 문학의 숲

 

 

 

 

황정은 / 누가

p. 28

그녀는 시험 삼아 누구세요, 라고 물어보았다. 뜻밖에도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어왔는데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열쇠 구멍 쪽에 바짝 귀를 대고 누구시냐고 다시 한 번 물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대답했다. 아래층이야 씨발 년아.

 

 

황정은 / 낙하하다

p. 32

도무지 호상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죽음을 두고 호상이라고 말하는 장례식에 다녀온 적 있었다....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되어 죽었으므로 호상이라면 호상의 의미란 결국 죽은 사람의 처지가 아니고 산 사람의 처지에서 정리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pp. 34-35

야노 씨가 말해 주었다.

애초 빗방울이란 허공을 떨어져 내고 있을 뿐이니 사람들이 빗소리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빗소리라기보다는 빗방울에 얻어맞은 물질의 소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런 물질에도 닿지 못하는 빗방울이란 하염없이 떨어져 내릴 뿐이라는 이야기였다. 

 

 

기준영 / 이상한 정열

p. 64

사람들이 놀라는 척 하지만 실은 그다지 놀라지는 않고 남들의 생은 어떠한지 쳐다보게 되는 그런 민낯의 이야기들. 무헌과 말희는 서로의 유일한, 유일했던 사랑은 아니었다. 두 사람 다 그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막 다른 것도 확인했다.

 

 

김사과 / 여름을 기원함

p. 92

그것은 아시아다. 우리는 그곳에 속한다. 우리는 방향을 모른다. 괜찮다. 스마트폰이 그것을 안다. 스마트폰이 우리를 진리로 인도한다. 도서관을 향해 가며 나는 진리를 말한다. 첫째, 지구는 정육면체다. 우리는 육면의 땅을 갖고 있다. 나는 사업가, 나는 남색의 소형 여행 가방을 끌며 나아간다. 그것은 아주 부드럽게 움직여서 끌고 가는 데 아무 힘도 필요 없다. 나는 스물여덟, 아무 색깔도 없는 미국인이다. 그것은 내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모든 가랑이 속에 들어갈 수 있다. My dick is 100% waterproof. 그것은 3단계로 진동 속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크림빛 분홍색에 친환경적이며 재활용이 가능하다.

 

 

조해진 / 문래

p. 206

자전거가 전진할수록 가난의 농도는 짙어졌습니다.

 

p. 208

그러니 K...

언젠가 제가 당신에게서 받은 그 질문과 다시 맞닥뜨리게 된다면 그때는 또 다른 K들에게 좀 더 많은 것을 말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럴 때 당신은 들을 수 있겠지요, 결국 말해지지 못할 이야기까지. 아마도 저는 그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하고 있을 것입니다. 내 고향은 문래라고, 나의 문장(文)이 그곳에서 왔다(來)고.....

 

 

 

 

 


 

-'이지훈 / <누가>를 읽는 몇가지 독법'도 재미있었다.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