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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눕는다, 김사과, 2009, 문학동네 풀이 눕는다, 김사과, 2009, 문학동네 - 그녀를 짝사랑하는, 사진을 전공하는 남학생 - 난 멍하니 선채 꿈의 한 조각이 사라지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뭔가 굉장한 게 일어날 수도 있었는데, 난 생각했다. 아니 그러기를 바랬는데, 그런데 아니었다. 결국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의 삶이 겹쳐졌던 유일한 조각이 이렇게 쉽게 사라져 버리다니. 그런 일은 흔히 벌어지는 일이 아니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난 그조각을 움켜잡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그전에 손을 뻗어야 한다. 그 조각에 찔려 상처를 입게 되더라도 그건 나중의 일이었다. 중요한 건 지금이다. 이순간.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그가 나를 부르고 있다는 것. 그것뿐이었다. 난 내가 해야 할 일을 알았다. -.....
✨테러의 시, 김사과, 2012, 민음사 테러의 시, 김사과, 2012, 민음사 - 호수는 모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찢어지는 중이다. - 제니 : 아뇨, 제 사전에서 아빠는 러버의 유의어로 되어있어요.러버.보이프렌드. 맨프렌드. 보 Beau. 러브. 달링. 스위트하트. 딕. 토이보이. 팬시 맨. 슈가대디. 버드. 펠라. 앤드 대디. - 매일밤 제니는 싸구려 호스텔을 진전하며 아무나와 자기 시작했다. 여자, 남자, 개구리, 빵, 스캐너와 제니는 잤다. 모자, 스카프, 자동차, 횡단보도와 제니는 잤다. - 언제나처럼 환각인지 현실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환각은 항상 현실보다 살아있고, 현실은 항상 앞뒤가 맞지않으니까. - 이제 제니와 리는 매주 서울시내의 교회를 돌며 자신들이 살아온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이야기는 거듭..
슬픈짐승, 모니카 마론, 김미선 역, 문학동네 슬픈짐승, 모니카 마론, 김미선 역, 문학동네Animal Triste, Monika Maron- - 단지 내가 잊어버린 것은 그가 떠나간 이유와 그의 이름 뿐이다. - 40년전 아니면 60년 전부터 나는 줄기차게 끊없는 망각의 늪으로부터 그 순간들을 걷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들은 이미 사라진 상태다. 나는 단지 그 가상만 알고 있다. - 내어나서 살아온 모든 세월을 오로지 프란츠만을 기다린 시간으로 이해할 때 내 인생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나중에서야 떠오른다. - 사랑은 현실의 삶 외부에만 존재할 수 있으므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파멸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트리스탄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 떄문에 끊임없이 장애물을 설치해 나갔으며,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진정으로 구조하려 하지 않았기..
불가능, 조르주 바타유, 2014, 워크룸프레스 불가능, 조르주 바타유, 성귀수 역, 2014, 워크룸프레스L'impossible, Georges Bataille, 프랑스 - 나는 그녀의 아랫도리를 부둥켜아는 꿈을 꾼다. 그런 나를 멈추게 하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그녀에게 다다를 수 없는 나의 무능함이다. 아무튼 그녀는 나를 따돌리고 만다. 그러길 바라는 장본인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점. 고로 내 사랑은 기필코 불행해야 한다는 점이 내가 앓는 가장 지독한 병이다. 실제로 나는 행복을 더 이상 찾지 ㅇ낳는다. - 다리 사이의 공허 - 무기력만이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니까 - 동시에 사랑이 나를 붙살랐다. 나는 단어들로 한정되어 있었다. 갖고 싶지만 접근할 수 없는 알몸의 여인을 눈앞에 둔 것처럼 나는 공허 속 사랑으로 소진되었다. 심지어 욕..
시선의 권리, 자크데리다, 신방흔 역, 2004, 아트북스 시선의 권리, 자크데리다, 신방흔 역, 2004, 아트북스 Droit de Regards, Jacques Derrida - 나는 각각의 이야기를 당신이 당신 것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남겨놓았다. 여러분이 각기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들을 간직하도록 놓아둔다는 것이다. 그것이 여러분의 시선의 권리droit de regard이다. - '이미지들'의 배달은 그 서사를 무한히 계속하게 한다. - "당신은 당신의 시선을 따라 무엇이든 끊없이 이야기할 수 없으며, 또 해서도 안된다. 그 (이미지들의) 장치가 전적으로 당신의 처분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 담배의 시간은 늘 흑과 백으로 측정된다. 흰 종이의 얇은 층이 점차 재의 흑회색에 자리를 내어준다. - 전체는 물러나고, 물러나는 가운데 오직 파편들의 형식으로 그..
보이지 않는 도시들, 이탈로 칼비노, 이현경역, 2007, 민음사 보이지 않는 도시들, 이탈로 칼비노, 이현경역, 2007, 민음사Le citta invisibili p.18도시는 기억으로 넘쳐흐르는 이러한 파도에 스펀지처럼 흠뻑 젖었다가 팽창합니다. 자이라의 현재를 묘사할 때는 그 속의 과거를 모두 포함시켜야 할 것입니다. p.29 기억은 필요 이상의 것들로 넘칩니다. 기억은 도시를 존재시키기 위해 기호들을 반복합니다. p.48제노비아를 행복한 도시로 분류해야 할지 불행한 도시로 분류해야 할지 결정하는 일은 무의미합니다. 그런식으로 도시들을 둘로 나누기보다는 여러 해가 흐르고 변화를 거듭해도 욕망에 자신들의 형태를 부여하기를 계속하는 도시와 욕망에 지워져버리거나 욕망을 지워버리는 도시. 이렇게 두 종류로 나누는 편이 더 의미 있습니다. p.70거울은 사물들의 가치를 ..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해천, 2011, 자음과 모음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해천, 2011, 자음과 모음 - 프로이트... 그는 외상적 신경증과 관련된 반응의 양상을 크게 불안, 공포, 경악으로 분류한다.불안은 정체가 불분명한 위험이 임박했음을 예감하고 막연하게나마 그에 대처하고 있는 상태. 어떤 위험이 들이 닥치리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는 상황공포는 그 대상이 뚜렷하게 확정되어 있지만 그것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들이닥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록된다. 불안과 공포는 위험에 대한 심리적인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이다....하지만 경악은 다르다. 그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어떤 돌출 상황때문에 주체의 심리적 거리감이 순식간에 붕괴되는 상황에서 비록된다. 아무런 방어기제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고통을 느낄 사이도 없..
뉴 셀터스: 난민을 위한 건축적 제안들, 정림건축문화재단, 2017, 프로파간다 뉴 셀터스: 난민을 위한 건축적 제안들, 정림건축문화재단, 2017, 프로파간다 p.44다시-정착에스오에이(강예린,이재원,이치훈) x 문화인류학자 김현미(연세대학교 문화일류학과) 국가가 난민의 장소성을 만드는 방법은 "난민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의 시간을 유예하고 계속 떠돌게 하는 것'이다. 난민신청자는 법적으로 국가의 영토가 아닌 공항의 송환대기실이나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영종도 난민지원센터같은 비장소의 공간에서 길고 지난한 법적 절차를 밟다가, 난민의 '지위'를 획득하고 난 후에야 정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연결망은 끊기고 개별적으로 정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p.53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난민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것이 있는가. 이재원: 이치훈 소장이 처음 난민에 관한 전시를 하자고 제안..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모더니즘 편, 진중권, 2011, 휴머니스트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모더니즘 편, 진중권, 2011, 휴머니스트 - 언어학자인 로만 야콥슨에 따르면, 초현실주의의 화면은 두 사물 사이의 유사성에 기초한 시각적 '은유(metaphor)'라고 할 수 있다. 가령 달리의 화면에서 계란은 여성의 난자를 암시하는 성적 은유다. 반면 입체주의는 두 사물의 인접성에 기초한 시각적 '환유(metonymy)'나 부분으로 전체를 암시하는 '제유(synecdoche)'를 지향한다. 예를 들어 피카소와 브라크의 화면에서 화면에 오려 붙인 신문의 기사는 발칸 전쟁을 암시하는 환유, 화면에 그려진 '∫' 모양의 선은 바이올린을 가리키는 제유라고 할 수 있다. * 이래저래 말이 많으신 분이라도 미술 이론 저서을 이렇게 쉽게 이해되게 쓰시는 분은 없는 듯.
에로스의 종말, 한병철, 김태환 옮김, 2015, 문학과 지성사 에로스의 종말, 한병철, 김태환 옮김, 2015, 문학과 지성사Agonie des Eros, Byung-Chul Han, 2013 [서문] 사랑의 재발견, 알랭 바디우Preface [Le désir: Ou l'enfer de l'identique], Alain Badiou p.6...사랑이란 결코 그저 두 개인 사이의 기분 좋은 동거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 아니라, 타자의 실존에 관한 근원적인 경험이며, 아마도 현 시점에서 사랑 외에는 그런 경험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p.20우울증은 나르시시즘적 질병이다. 우울증을 낳는 것은 병적으로 과장된 과도한 자기 관계이다.... 에로스와 우울증은 대립적 관계에 있다. 에로스는 주체를 그 자신에게서 잡아채어 타자를 향해 내던진다. 반면 우울증은 주체를 자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