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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들, 이탈로 칼비노, 이현경역, 2007, 민음사

보이지 않는 도시들, 이탈로 칼비노, 이현경역, 2007, 민음사

Le citta invisibili






p.18

도시는 기억으로 넘쳐흐르는 이러한 파도에 스펀지처럼 흠뻑 젖었다가 팽창합니다. 자이라의 현재를 묘사할 때는 그 속의 과거를 모두 포함시켜야 할 것입니다.



p.29 

기억은 필요 이상의 것들로 넘칩니다. 기억은 도시를 존재시키기 위해 기호들을 반복합니다.


p.48

제노비아를 행복한 도시로 분류해야 할지 불행한 도시로 분류해야 할지 결정하는 일은 무의미합니다. 그런식으로 도시들을 둘로 나누기보다는 여러 해가 흐르고 변화를 거듭해도 욕망에 자신들의 형태를 부여하기를 계속하는 도시와 욕망에 지워져버리거나 욕망을 지워버리는 도시. 이렇게 두 종류로 나누는 편이 더 의미 있습니다.


p.70

거울은 사물들의 가치를 높이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합니다. 거울에 비쳐졌다 해서 모든게 다 가치있어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발드라다에 존재하는 것, 혹은 일어나는 일들 중 그 어떤 것도 좌우대칭을 이루지 않기 때문에 쌍둥이 도시는 동일하지 않습니다. 모든 얼굴과 행동이 거울에서는 정확히 뒤집어진 얼굴과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두 개의 발드라다는 계속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서로를 위해 살아가지만 상대방을 사랑하지는 않습니다.


p.72 

그 도시는 존재하며 단순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도시는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떠나는 것만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p.87 

기억 속에서 두 도시를 서로 구별하고 싶어하는 저 역시 한 도시만을 폐하께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또 다른 도시에 대한 기억이 그 것을 묘사할 말이 부족해서 사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p.101

'그들은 자신들을 태어나기 이전 상태의 땅을 사랑해서 아래로 향하게 고정시켜 놓은 망원경 쌍안경으로 나뭇잎, 돌, 개미 등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자신들의 부재를 황홀하게 바라본다.


p.113

기억 속의 이미지들은 한번 말로 고정되고 나면 지워지고 맙니다. 저는 어쩌면, 베네치아에 대한 말을 함으로써 영원히 그 도시를 잃을까봐 두려웠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다른 도시들은 말하면서 이미 조금씩 잃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p.134

"어쩌면 이 세상에는 쓰레기로 뒤덮인 황량한 땅과 칸 왕궁의 공중정원만 남아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을 나누어놓은 것은 우리의 눈꺼풀이지만 어떤게 안이고 어떤게 밖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