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개념의 네 가지 기둥: 끝까지 살아남는 건축 개념을 위한 32가지 생각들, 제임스 테이트, 김훈 역, 2018, 시공문화사Spacetime
The Architecture Concept Book, James Tait, 2018, London: Thames & Hudson Ltd.
서문
p.7
현재, 건축 개념이란 용어는 아이디어와 실체적 건축 사이의 연결이 끊어졌음을 넌지시 드러내기 위해 사용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둘은 분리된 옥립체들이 되어서는 안된다. 건물은 창의적인 개념을 물리적으로 표명한 결과물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었을 때 건축가에게 개면이란, 지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우리에겐, 언제나 지어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가늠하기assessing
pp. 19-
규모Scale
신성스러움이 표명되는 이성적-간접적 방식의 두 번째 양상은, 규모이다. 오토는 신의 존재를 느낀다는 것을 '공간적 범위spatial extent의 크기와 중요성magnitude를 강력하게 표명하는 것'라고 묘사한다. 여기서 매그니튜드라는 단어는 물리적 크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 단어는 공간이 사람의 심신에 미치는 영량력potency와 강력함intensity을 시사한다. 광활함the vast과 집중the concentrated, 이렇게 서로 대립하는 척도scales들에 의해 - 집단적collective, 그리고 개인적individual - 두 가지 신령스러움이 만들어진다.
-집단적 척도collective scale
큰 크기와 영향력, 강력함을 가지고 있는 공간은 공동체적 감각communal sense에서의 신령스러움을 불러일으킨다. 이때의 공동체적 감각이란 개인을 넘어 집단이 공유할 수 있는 목적 등을 의미한다. 거대한 규모massive scale는 무한한 공간에 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데, 동시에 인류와 인류가 만들어낸 것들의 유한성을 생각나게 한다. 끝없이 편쳐진 까만 밤하늘이나 몽고의 사막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이들 모두는 인간이 거기 있던 없건 상관없이 언제나 거기 존재하고, 존재할 것들이다. 동일한 특성이 건축물들을 통해서도 발견된다. 고대시기 바빌론Babylon의 지구라트들ziqqurats, 에티엔 루이불레Etienne Boullée가 제시한 거대한giant 뉴턴 기념비cenotaph to Newton, 일본의 메타볼리즘 건축가들metabolists이 그려낸 엄청난gargantuan 규모의 제안들은 집단적 척도의 신령스러움을 의도하고 있다. 이 구조체들은 주변으로부터 우뚝 솟아올라 인간적 척도human scale에서 가능한 모든 지각perception을 초월하여 종국에는 다른 무언가, 개인보다 더 거대한 무언가가 되고 만다.
-개인적 척도individual Scale
크기가 작은 공간에서도, 그 안에 있는 사람을 위로하고 보살피는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신령스러움과 숭고함을 체험할 수 있다. 오토는 이 상태를 사람의 정신을 고양하는, 스스로에게 몰두하면서 생기는, 겸허한 침잠humble submergence라고 묘사한다. 공간의 크기를 줄이더라도 그 영향력을 감소시킬 필요는 없다. 개인적 척도의 신령스러움을 경험하기 위한 이상적 공간은 다음의 것들을 포함시킨다.
⌙ 햇빛: 생명을 주는 태양을 상기시킨다.
⌙ 자연・도시풍경을 향한 조망: 자신이 있는 위치를 자연과 인류가 만들어낸 더 넓은 맥락 안에서 인지하게 된다.
⌙ 위로: 각각 다른 사색이나 명상을 위한 다양한 자리배치가 가능해야 한다.
⌙ 좋은 재료: 단순하고 도금되지 않은 재료. 중요한 공감임을 반영하는 좋은 품질의 재료들
⌙ 적절한 비례: 너무 넓으면 환영하지 않는 느낌을 주고, 너무 좁으면 불편하다.
일본의 전통 다실tea house은 개인의 용도와 필요에 따라 공간을 확장expand하거나 줄여서contract 사용하는데, 이렇게 규모조절이 가능한scalable 공간에서 위와 같은 특징들이 잘 드러난다. 또한 중세시대 성채 건축에서 보이는 벽감은 거대한 홀과 식사공간에서 부터 후퇴하여 일종의 도피refuge공간이 되어준다는 측면에서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다. 사색 공간think-pod를 제공하는 엔릭 미라예스Enric Miralles의 스코틀랜드 의회 건물Scottish Parliament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사색을 위한 공간과 여럿이 모이는 공간 사이의 차이는 크기에서 나타난다. 경이감을 목표로 규모를 다루기 위해서는, 디자인 과정 상에서 공간마다 거기에 맞는 적절한 규모를 부여했다는 것을 스스로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충분히 광활하지 않으면 집단적 차원의 신령스러움은 생기지 않는다. 충분히 작지 않으면 개인적 차원의 신령스러움 역시 형성될 수 없다.
p. 39
학습된 가정들과 개인적인 선호사항들에 기반을 두고 기능을 이끌어 낼 수는 없다. 그 대신 우리는 가능한 가장 필수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에서 기능을 '디자인'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디자인의 결과가 무질서에 이르게 된다면? 내버려 두어라.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을 때, 위에 언급된 접근 방식들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오래된 모더니즘의 경구를 변형시킨 것에 불과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여기서 따른다follow라는 단어는 형태가 기능 뒤에after 나온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생각에서 현대와 기능은 동시에 진전되지 않는다.) 하지만 산업용 건물이 준 교훈에 진실이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따른다'라는 생각을 제거한다. 따른다는 것은 건축적 질서에 대해 추가된, 또 다른 선입견일 뿐이다. 반대로 새로운 접근방식에서 보자면, 형태가 곧 기능이다.
p. 71
달걀에 비유한 도시-세드릭 프라이스: 동시대 건축 작업에 대한 비판과 건축역사를 결합한 능숙한 요약.
괴물 프로젝트-렘 콜하스: 과거에 엎어진unbuilt 프로젝트들에 대한 자아 비판적 아이러니
분석하기analysing
p. 95
수수께기 기표enigmatic signifier
짓기assembling
p. 153
코골기 건물과 호흡 건물
p.169
기둥을 고문하는 도구
구조적으로 변명하는 벽
자기가 아닌 다른 것이 되려하기
레이어 케이크 같은 벽
경사지붕? 무슨 경사지붕?
나는 눈에 안 띄고 싶어...
p. 178
대담한 수와 형상을 보여주지만 공간을 낭비하는...특히 잡담 공간klatsch space(비공식적인 사교 모임을 위한 공간)을 제대로 만들어낸지 못하는 건물이 많이 있다. 우리는 건물 중심 근처에 만남의 장소와 집결 지점, 숨겨진 중정이 있어야 한다. 남은 공간, 기억에서 사라진 공간을 활성화하여-삶과 함께하는 다채로운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
더 좋게 만들기augmenting
*건축학과 1학년 때 참고 문헌으로 보면 좋을 듯하다. 비판적 책읽기가 가능하다는 전제하에서.
건축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상상력을 키워줄만한 개괄서였다.
건축 용어를 설명하거나 과정을 설명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주변부에 있는 문학과 이론도 함께 소개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책이었다.
(James Tait의 원래 텍스트도 그러하겠지만, 번역에서 재밋는 용어로 된 것이 흥미로웠다.)
*James Tait는 젊은 사람이었다!
*가스통 바슐라르, 공간의 시학
*내용과 별개로 편집디자인에 관하여 아쉬움이 좀 남는 책이었다.
(원저서의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전제하에...)
1) 각주 디자인이 양쪽맞춰짜기로 배열되어 있었는데, 본문과 동일하게 디자인되어서 눈이 자꾸 피하게 되었다. 텍스트 편집에서 벽같은 존재랄까...
2) 제목의 영문 표기법은 서문에서 기입된 뒤, 뒤에는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위의 글에 볼드체로 된 대제목들의 영문명이 뭐였는지 결국 각 챕터마다 적어놓게 되었다.
3) 띄어쓰기 오류와 오타를 조금 찾았다.
4) 미주가 맨 뒤로 빠졌는데, 책의 분량을 감안한다면 챕터마다마다 뒤에 배치하는 것이 사후연구에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하드 커버의 책에서 뒤로 왔다갔다 하기가 많이 어려웠다.
5) 저서의 경우, 영문 원본에서는 분명 영어로 적혀 있었겠지만, 한글 책만 적혀있는 경우가 있었다. 한글 책의 표기방식도 맞지 않아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6) 도판의 경우, 도판 아래 캡션에는 영문 원어가 적혀있지 않아 본문으로 다시가서 그 영문명을 찾아야 되었다.
물론 이는 개인적으로, 건축을 시작하는 학생이 아닌 공부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불편함일 수도 있을 것같다.
이러한 디자인적인 아쉬움을 뒤로하더라도, 무엇인가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하고 싶을 때 읽을 수 있는 나름 괜찮은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