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망각의 책, 밀란 쿤데라, 백선희 역, 2011, 민음사
Le Livre du rire et de l'oubli, 1979, Milan Kundera
1부 잃어버린 편지들
p.19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안 줄 거야.”
그는 거짓말을 했다. “그냥 잠시 빌리려는 거야.”
그녀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 아파트 어딘가에 그의 편지가 있고, 그녀가 언제라도 아무에게나 그 편지들을 읽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삶의 한 조각이 즈데나 손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그는 견딜 수 없었다.
3부 천사들
p.127
그녀는 그렇게 얼마 동안 남아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그 불가사의한 음악이 멎었다. (미셸과 가브리엘은 이미 웃음을 멈추었다. 두 사람은 갑자기 지쳐 보였고, 그들 앞에는 사람 없는 텅 빈 밤이 놓여 있었다.)
4부 잃어버린 편지들
p.153
타미나가 누리는 인기의 비결은 그녀가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녀는 자기 귀를 점령해 오는 사람들을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이런 말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정말 나랑 똑같네....., 나는......”
p. 165
물론 수첩에는 불쾌한 일들, 불만족스러운 날들, 말다툼, 그리고 권태까지도 적혀 있다는 걸 그녀는 안다. 하지만 그런 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는 과거를 시적으로 미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과거에 잃어버린 몸을 돌려주고 싶은 것이다. 그녀를 부추기는 것은 아룸다움에 대한 갈망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갈망이었다.
5부 리토스트
p. 269
...보카치오는 아무도 이해 못 할 거야. 왜냐하면 이해한다는 것은 타자와 자신을 뒤섞고 동일시하는 것이니까. 바로 그것이 시의 신비지. 우리는 사랑하는 여인 속에서 소진되고 우리가 믿는 생각 속에서 소진되고 우리를 감동시키는 풍경 속에서 불타지.”
p277
…,시의 밤이 지나고 산문의 밤이 오기라도 한 듯이, ...
p.307
인간은 거대한 무한의 심연과 작은 무한의 심연 사이에서 산다고 말한 파스칼의 생각을 당신들을 알 것이다.
6부 천사들
p.348
그녀가 불행한 것은 아이들이 악하기 떄문이 아니라 그녀가 그들 세계의 경계 너머에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도살장에서 송아지를 죽인다고 항거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송아지는 법 밖에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타미나는 법 밖에 있다.
p.350
하지만 이 소강 상태, 이 정상 상태, 타협에 토대를 둔 이 모두스 비벤디modus vivendi, 즉 삶의 방식에는 영속성에 대한 공포가 내포되어 있었다.
7부 경계선
p369-370
그런데 얀의 가상 전기 작가는 바로 이 시기에 얀이 좋아했던 책이 왜 하필이면 {다프니스와 클로에}라는 고대 소설이었는지 내게 설명해 주면 좋겠다! 아직 아이나 다름없어 육체적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두 젊은이의 사랑 말이다. 숫양 울음소리가 바다 소리에 뒤섞이고 양이 올리브 나무 그늘 아래 풀을 뜯는다. 두 젊은이는 알몸으로 거대하고 막연한 몸을 밀착하고 뒤엉킨다. 그렇게 오래도록, 아주 오래도록 남아있다. 그 이상 무얼 할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포옹 자체가 사랑의 쾌락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흥분했고 심장이 세차게 뛰었지만 정사를 나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렇다. 바로 이 대목에 얀은 매료되었다.
p.387
모든 인간에겐 두 가지 성적 전기가 있다. 사람들은 대개 사랑의 만남과 관계 목록으로 이루어진 첫번째 전기만 얘기한다.
더 흥미로운 것은 분명 다른 전기다. 우리가 갖고 싶었지만 갖지 못했던 여자들의 행렬, 이루어지지 못한 잠재성들의 고통스러운 역사
하지만 세 번째 전기도 있다. 신비롭고 불안한 범주의 여자들. 그 여자들은 우리 마음에 들었고 우리도 그들 마음에 들었지만 동시에 우리는 그들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금세 깨달았다. 왜냐하면 그들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경계선 건너편에 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p421
에드위즈와 그는 결코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언제나 뜻을 같이 했다. 각자가 상대 말을 자기 식으로 해석해서 그들 사이에는 놀라운 조화가 유지되었다. 몰이해 위에 세워진 경이로운 연대였다. 그들은 그것을 잘 알았고, 그에 거의 흡족해했다.
*<여자의 말> 이라는 책 1974 ....못찾겠다
*다프니스와 클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