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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밀란쿤데라, 김병욱 역, 2010, 민음사

불멸, 밀란쿤데라, 김병욱 역, 2010, 민음사

L'immortalité, Milan Kundera, 1988

 

 

 

 

 

 

- 나는 조물주의 컴퓨터를 믿는단다.

 

- 언제부터인가. 폴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다만 어떤 의지에 매달려 있다는 생각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그를 사랑하고자 하는 의지, 행복한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의지 말이다다. 

 

- 침실. 그것은 결혼의 제단이다. 그만큼 희생적이기에 제단이다. 그들이 서로 희생하는 곳이 바로 거기다. 둘다 잠을 잘 이룰수가 없고, 한사람의 숨결이 다른 한 사람을 깨운다.... 잠들 수 없으면서 스스로에게 움직임을 금하는 곳. 그 곳이 부부 침실이다.

 

- 그래서 그녀는 사랑의 환상 앞에서 소리나게 문을 닫아 버렸다.

 

- 어린아이의 행동 방식을 택하는 것보다 유리한 것도 없다. 아직 세상 경험이 없는 천진한 아이라면 뭐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기 떄문이다. 아직 형식이 지배하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지 않은 몸이기에 아이는 세상 예의범절에 구속받지 않는다. 그리고 예의에 구애되지 않고 자신의 강점을 마음대로 표출할 수 있다.....그녀를 영원한 어린아이로 본 사람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그녀의 솔직함에 매력을 느꼈다.

 

- 기계류 세계가 그에게는 이해할 수 있는 세계와 불투명하지 않은 세계였던 것이다. 

 

- 그녀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선글라스를 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울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선글라스를 썼다. 선글라스는 눈물의 대용품이 되었따.

 

- 육체에 대한 관심은 초경의 충격으로 시작된다. 갑자기 육체가 여기 있고, 여자는 마치 혼자서 어떤 공장을 돌려야 하는 책임을 진 기술자처럼 그 육체 앞에 선다.

 

- 아버지의 육체는 눈에 띄지 않게 그 자신의 그림자로 변해 갔더랬다. 서서히 물성에서 벗어나다가 무심히 육화되었던 영혼만 이 세상에 남은 것 같았다. 반면 여성의 육체는 날이 갈수록 쓸모 없어지고, 점점이 육체가 되어간다.

 

- 아녜스는 자신의 순수한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자신의 자아에서 외적인 것과 빌려온 것을 모두 추려냈다. 로라의  방법은 정확히 그 반대다. 자신의 자아를 좀 더 잘 보이게 하고, 좀 더 파악하기 쉽게하고, 좀 더 두텁게 하기 위해서 그녀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덧붙여 그것에 자기를 동화했다.

 

- 몇 달이 지나자 피아노는 장식물 아니 오히려 성가신 물건이 되고 말았다. 낙태된 계획만 우울하게 상기시켜 주는, 아무도 원치 않는 희고 커다란 육체 말이다.

 

- 일련의 이미지와 암시적 상징의 연속

 

- 사랑의 감정은 이렇듯 상대를 안다는 환상으로 우리를 속여 넘기는 것이다.

 

- "얘는 떠나고 싶은게 아냐. 걔가 자살을 생각하는 건 바로 그것이 머무는 방식이기 때문이야. 그의 곁에, 우리 곁에 머무는 방식. 자신을 우리의 기억에 영원히 각인하는 방식. 우리 삶에 큰 대자로 덮쳐들어 우리를 깔아 뭉개는 방식말이야."

 

- 정의를 내리자면 감정이란 우리 몰래 그리고 대개는 우리의 육체를 거스르면서 솟아오르는 것이다. 우리가 감정을 느끼고 싶어하는 순간부터(...우리가 그것을 느끼기로 결심하는 순간부터) 감정은 더는 감정이 아니라 모방이요, 감정의 과시다.

 

- 성교 전의 사랑 이후에는 위대한 사랑이 없으며, 더는 그런 사랑을 가질 수 없다는 결론 말이다.

 

- 그녀는 야만스럽게 사랑했따. 마치 일생동안 아무도 사랑하지 않은 사람처럼.

 

- 아름다움이라는 것. 그것은 곧 중간의 단조로움이다. 추함보다도 오히려 아룸다움에서 얼굴의 비개별적, 비개인적 특성이 잘 드러난다.

 

- 인생에서 견딜 수 없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아로 존재하는 것이다. 

 

- 이제는 곧 사라져 추억만 남길 그 얼굴을 그물로 뜨듯 가로챌 마지막 입맞춤을 원했다.

 

- 기억은 영화를 찍는게 아니라,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

 

- 그녀는 자신의 이미지 뒤에 숨어 버렸던 것이다.

 

 

 

 

 

 

 

 

 


 

*2013년 다이어리

* 체코슬로바키아 작가 밀란쿤데라

* 몇 년 전부터 힘들 때 읽던 밀란 쿤데라의 소설들. 왜 그 소설이 좋았냐고 물어보면, 문체때문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곤하였다. 하지만 문득 생각해보니, 밀란 쿤데라의 소설은 단 한사람이 번역을 한 것이 아니었다. 여러 명의 역자를 통해 나는 여지껏 이 소설을 읽었고, 그렇다면 엄밀히 말해서 다 같은 문체로 볼 수 없었다.

니체가 「비도덕적 의미에서의 진리와 거짓에 관하여」에서 이야기한 '언어'의 한계[각주:1]에 직면한 기분이다. 

우리가 한국어로 책을 읽는 것은 한 번의 왜곡이 더 생긴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내가 좋아했던 이 문체의 행방은 어디일까.

역자의 필력일까. 아니면 밀란 쿤데라의 필력일까.

 

 

 

 

 

 

 

  1. 니체의 인식론은 '신경자극 - Image - Sound - 언어'의 단계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 최종 단계의 언어는 결국 두세단계의 번역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것은 '하나의 도약'이며 가상, 왜곡, 위장, 번역이다. 니체는 이것을 바탕으로 서구의 철학이 화석화, 추상화되었다고 본다. 삶의 단계가 소외된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