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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인간, 이석원, 2013, 달

실내인간, 이석원, 2013, 달






- 죽도록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고나면 다른 사람과 하는 첫번쨰 섹스에서 사랑은 아득한 슬픔을 느끼지. 난 삼년 전에 이별을 했거든. 좋아했어. 정말 많이. 그런데 헤어졌어. 헤어지는데 이유가 있나? 있다 해도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는 거야. 난 내 몸 위에 포개져 있는 여자의 벗은 몸을 보면서도 그녀와 내가 왜 헤어졌어야 했는가를 생각하고 있었지 아니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고 할까? 난 궁금했어. 도대체 왜 이런 곳에서 이 낯선 여자와 내가 한 침대에 있는거지? 왜 넌 날 이렇게 내버려두는거지? 난 더이상 그 여자와 할 수가 없었어. 내몸에 닿는 누군가의 살이 마치 돌덩이 같았지. 그래서 미안하다고 하고 다시 옷을 입었어. 여자는 당황해서 화가났냐고 물어보더군. 아니 왜 화가 나겠어, 난 다만 궁금할 뿐이었다고.


- 사람의 일생이란 어린 시절의 상처를 평생동안 치유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군


- 누군가에게 날 이해시키고, 또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


- 그날, 마지막으로 그대를 꼭 끌어안고나서 집으로 돌아와 입고 있던 티를 벗어 얼굴에 묻고는 한참을 울었다. 

   좋은 냄새가 났다


- 당신은 더이상 좋아하지 않지만 당신의 글은 여전히 좋다.


- 북-

  그의 가슴 속에서 무언가 힘겹게 붙들고 있던 끈이 끝내 찢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결국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 사람들은 나보고 그랬지. 어떻게 책을 안 읽고 글을 쓰느냐고. 도무지 믿으려 들질 않더군. 하지만 내게 글을 가르쳐 준 건 책이 아니라 사람이었어. 홑꺼풀 눈이 아름답고, 목소리는 도넛에 발린 설탕처럼 달콤하고, 아랫입술은 도톰하니 감촉이 사랑스럽고, 적당히 큰 가슴에 풍만한 엉덩이를 가졌던, 활자 속의 가공의 인물이 아니라 만지면 체온이 느껴지고, 부드럽고, 흰 살에 심장이 펄떡펄떡 뛰는 살아있는 존재. 그 존재를 갖고 싶다는 간절함이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했다고. 내 나이 서른 여덟 때 였지. 사람이 사람을 가질 수 있다고 믿던 시절이었지. 









* 2013년 다이어리

* 감정에 침잠되어 있을 때, 그 상황을 객관화 시켜주는 동시에 그 감정을 유지시켜주는 적당한 텍스트. 

* 말하는 것을 포기하고 있을 때쯤 읽었던 이 소설 주인공의 말들은 당시 나의 감정을 읽어주고 있었다. 

  세련된 문체가 아니라 할지라도, 마치 부분부분 일기장을 읽는 느낌이었다. 

* 이러한 소설은 모호한 흙덩이의 감정들을 그릇으로 빚어 형체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 이석원은 언니네 이발관 멤버이다. 그리고 나는 언니네 이발관의 <5집: 가장 보통의 존재>를 정말 좋아하였다. 

* <가장 보통의 존재>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면 끝나는 지점과 시작하는 지점의 만나는 부분이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