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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의 종말, 한병철, 김태환 옮김, 2015, 문학과 지성사

에로스의 종말, 한병철, 김태환 옮김, 2015, 문학과 지성사

Agonie des Eros, Byung-Chul Han, 2013








[서문] 사랑의 재발견, 알랭 바디우

Preface [Le désir: Ou l'enfer de l'identique], Alain Badiou



p.6

...사랑이란 결코 그저 두 개인 사이의 기분 좋은 동거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 아니라, 타자의 실존에 관한 근원적인 경험이며, 아마도 현 시점에서 사랑 외에는 그런 경험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p.20

우울증은 나르시시즘적 질병이다. 우울증을 낳는 것은 병적으로 과장된 과도한 자기 관계이다.

... 에로스와 우울증은 대립적 관계에 있다. 에로스는 주체를 그 자신에게서 잡아채어 타자를 향해 내던진다. 반면 우울증은 주체를 자기 속으로 추락하게 만든다. 오늘날 나르시시즘적 성과주체는 무엇보다도 성공을 겨냥한다. 그에게 성공은 타자를 통한 자기 확인을 가져다준다. 이때 타자는 타자성을 빼앗긴 채 주체의 에고를 확인해주는 거울로 전락한다.

... 이 과정에서 성공 우울증이 발생한다. 우울한 성과주체는 자기 자신 속으로 침몰하고 그 속에서 익사한다. 




1장 멜랑꼴리아


p.27-28

...이러한 파국적 사건, 외부의 침입, 완전히 다른 자의 침입은 자신에게서 벗어나는 사건Ent-Eignis, 자신의 지양이자 비움, 즉 죽음의 과정이기도 하다. "하늘의 공허, 유예된 죽음 : 재앙" 그러나 이 재앙은 아이에게 "어마어마한 기쁨"을 부재의 행복을 안겨준다. 여기에 바로 재앙의 변증법이 있다. 재앙의 변증법은 영화 「멜랑콜리아」의 구성 원리로도 작동한다. 파국적 재난은 뜻하지 않게 구원으로 역전된다.




2장 할 수 있을 수 없음


p.30

자기 착취는 자유의 감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까닭에 타자 착취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다. 이로써 지배 없는 착취가 가능해진다.


p.32

채무의 탕감도, 보상도 모두 타자를 전제한다. 따라서 타자와의 유대가 없다는 사실이 바로 보상의 위기와 채무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초월적 조건을 이룬다. 이러한 위기에서 분명해지는 것은 널리 퍼져 있는 견해(예컨대 발터 벤야민의 견해)와는 반대로 자본주의가 종교일 수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모든 종교는 죄(채무)와 죄사함(채무 면제)의 메커니즘에 따라 작동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죄(채무)를 만들기만 할 뿐이다. 


에로스는 성과와 할 수 있음의 피안에서 성립하는 타자와의 관계다. '할 수 있을 수 없음Nicht-Können-Können'이 에로스에 핵심적인 부정 조동사다. 


p.46
...있었던 것의 박물관화는 과거를 파괴한다. 과거는 반복 가능한 현재가 되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는 부정적 특성을 상실한다. 기억은 있었던 것을 그대로 다시 눈앞에 떠오르게 해주는 단순한 복원의 기관이 아니다. 있었던 것은 기억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기억은 앞으로 나아가는 살아 있는 서사적 과정이며, 이 점에서 데이터 저장 장치와 구별된다. 데이터 저장 장치와 같은 기술 매체는 있었던 것에서 모든 생명력을 빼앗아간다. 그 것은 무시간적이다.

p.46
...있었던 것의 박물관화는 과거를 파괴한다. 과거는 반복 가능한 현재가 되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는 부정적 특성을 상실한다. 기억은 있었던 것을 그대로 다시 눈앞에 떠오르게 해주는 단순한 복원의 기관이 아니다. 있었던 것은 기억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기억은 앞으로 나아가는 살아 있는 서사적 과정이며, 이 점에서 데이터 저장 장치와 구별된다. 데이터 저장 장치와 같은 기술 매체는 있었던 것에서 모든 생명력을 빼앗아간다. 그것은 무시간적이다. 

p.51

...에바 일루즈는 연구서 『낭만적 유토피아 소비하기』에서 오늘날 사랑이 "여성화"되고 있다고 확언한다.




3장 벌거벗은 삶



4장 포르노


p.68

...그러나 사물이 박물관에 소장되고 전시될 때, 제의가치는 전시가치에 의해 파괴되어버린다. 박물관은 전시의 장소로서, 예배를 위한 장소인 사원의 반대 형상이다. 관광 역시 순례와 대립된다. 순례가 장소에 묶여 있다면, 관광은 "비-장소"를 양산한다. 하이데거Martin Heidegger가 인간의 거주를 가능하게 만든다고 본 장소에는 본질적으로 "신적인 것"이 깃들어 있다. 역사, 기억, 정체성이 장소의 본질을 이룬다. 하지만 지나쳐버릴 뿐 머무르지는 않는 관광의 "비-장소"에서는 그런 것을 찾아볼 수 없다. 


p.70

유혹에서 사랑으로, 욕망에서 성애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저 단순한 포르노로 전진해감에 따라, 그만큼 더 강력하게 비밀과 수수께끼는 위축된다.[각주:1]



5장 환상


p.79-80

눈을 감는 순간에야 사물 앞에서의 머무름이 시작된다. 그래서 바르트는 카프카의 다음 문장을 인용한다. "사람들은 사물에서 의미를 몰아내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나의 이야기들은 일종의 눈감기다." 오늘날에는 과도하게 가시적인 이미지들의 어마어마한 더미가 눈 감기를  불가능하게 한다...눈을 감는 것은 일종의 부정성으로서 오늘날처럼 긍정성과 과도한 가시성이 지배하는 가속화 사회와는 양립할 수 없다. 기민성에 대한 과도한 강박은 눈 감기를 어렵게 한다. 이러한 강박은 성과주체의 신경 소진을 초래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사색적인 머무름은 결론의 형식이다. 눈을 감는 것은 바로 결론의 표지다. 지각은 오직 사색적인 안식 속에서만 종결을 이룰 수 있다. 



6장 에로스의 정치


p.79

...사랑은 개별자의 시점을 벗어나게 하고, 타자의 관점에서 또는 차이의 관점에서 세계를 새롭게 생성시킨다. 이로 인해 일어나는 근원적 전복의 부정성은 경험과 만남으로서의 사랑이 지니는 특징에 속한다...."사건"은 "진리"의 계기로서, 기존의 상황 속에, 살아가는 습관 속에, 새로운, 완전히 다른 존재 방식을 도입한다....그것은 타자를 위해 동일자의 세계를 중단시킨다. 사건의 본질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출발시키는 단절의 부정성에 있다. 



7장 이론의 종말


p.89

사유에 에로틱한 욕망의 불을 붙이는 아토포스적인 타자의 유혹이 없다면, 사유는 늘 같은 것을 재생산하는 단순한 노동으로 위축되고 말 것이다. 계산하는 사고 활동에는 아토피아의 부정성이 없다. 계산하는 사고는 긍정적인 것에 대한 노동이다.


p.93

정보의 더미는 세계의 엔트로피, 혹은 소음 수위를 엄청나게 높인다.







*에바 일루즈 『낭만적 유토피아 소비하기』

  ----------- 『사랑은 왜 아픈가』


*아감벤의 속화 찾아보기 


*"하이데거가 자신의 아내에게 쓴 편지"

  1. Jean Baudrillard, Die Fatalen Strategien, p.130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