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임홍빈 역, 2006, 문학사상사
-하지만 시마모토네 집에서 듣는 가벼운 클래식 음악도 이내 좋아하게 되었다. 그것은 '다른 세계'의 음악이었고, 내가 그것에 매료된 것은 아마도 그 '다른 세계'에 시마모토가 속해있었기 떄문이었던 것 같다.
- 그녀는 분명 조숙한 소녀였고, 나에게 틀림없이 이성으로서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 역시 그녀에 대해 이성으로서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도대체 어떻게 다루어야 좋을지 알지 못했다.
- 나는 시마모토가 내 손을 잡아준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했다. 그 부드러운 감촉은 그 후 며칠 동안이나 내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주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혼란스러워졌으며 당혹스러워졌고 애달퍼졌다. 그 따스함을 어떻게 해야할지 어디로 가져가야좋을지 나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 나는 오랫동안 그녀에게 내 마음속의 특별한 부분을 열어두었던 것 같다.
- 만약 내가 껴앉고 입을 맞춘 상대가 시마모토였다면 지금쯤 이렇게 갈팡질팡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는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쉬이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불안이라든지 망설임같은 건 전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섹스와 원피스의 지퍼 사이에는 아마도 스무가지나 서른가지 쯤 되는 미묘한 결단이나 판단을 필요로 하는 과정이 존재할 것이다.
- 만약 그녀안에서 그 무엇인가를 찾아낼 수 있었더라면 나는 아마도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했을 것이다. 나는 아마도 결코 참고 있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 장소가 바뀐것만으로 시간이나 감정의 흐름이 완전히 변해버리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 미열을 머금은 흥분
- 많은 일이 견디기 쉬웠을꺼야.
- 넌 나에게 있어 태어나서 이제까지 유일한 친구였던 것 같은 기분이 들어
- 가공의 장소를 찾기 때문이야. 공중정원
- 시마모토를 만나면서부터 나는 예전보다 자주 아내와 섹스를 하게되었다. 하지만 그건 죄책감때문은 아니었다. 유키코를 안아줌으로써, 그리고 유키코에게 안김으로써. 난 나 자신을 어떻게든 어딘가에 매어두고 싶었던 것이다.
- 내 인생은 다시한번 상실되고 말았다.
- 그 봉투가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을 내가 인식하고 내 의식속에서 그 부재와 존재가 명확히 뒤바뀌고 나자 봉투가 존재한 사실과 더불어 존재했을 현실감도 마찬가지로 급속히 상실되어 갔다.. 그 부재감은 예전에 거기에 분명히 존재했을 터인 존재감을 짓눌러 부숴버리고 탐욕스럽게 집어삼켜갔다.
- 해제. 역자의 말 ) 결국 과거라는 이름 앞에서 벗어나는 길은 망각과 현실긍정 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 2014년 다이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