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이창실 옮김, 2016, 문학동네
Prilis hlucna samota, bohumil hrabal, 1980
p. 33
침대 위로 솟은 책들의 천개를 올려다본 순간 나는 알아차렸다. 2통짜리 닫집이 불러일으키는 상상의 무게에 짓눌려 내 몸이 구부정해진 것이다.
p. 35
3장
삼십오 년 동안 나는 폐지를 압축해왔다.
p. 78-79
"잘 가요." 나는 그녀에게 작별을 고했지만, 그녀는 자기도 거기 산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가 들어가도록 비켜서주었는데 그녀는 내가 먼저 들어가는 걸 보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어두운 복도로 들어섰고, 마당 계단을 내려가 문에 열쇠를 꽂았다. 그런 다음 뒤돌아서서 그녀에게 잘 가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거기가 자기 집이라고 했고, 결국 내 집에 들어와 나와 한 침대에서 잠을 잤다.
....그녀는 양손으로 커다란 단지를 받아들고 마셨는데, 목구멍으로 꼴깍꼴깍 맥주 넘어가는 소리가 아련한 펌프 소리처럼 들렸다.
p. 102
그사이 만차는 나를 자신의 저택으로 데려가 지하실에서 다락까지 안내해주었다. 그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천사가 그녀 앞에 나타났었고, 그 천사의 조언대로 그녀는 한 토목공을 유혹했노라고. 그리고 가진 돈을 털어 전원에 땅을 샀는데, 토목공이 그녀와 함께 텐트에서 밤을 보내며 낮에는 이 땅에 집을 지을 기초공사를 했다고. 하지만 그녀는 이 토목공을 차버리고 석수와 살았고, 이 석수 역시 텐트트 아래서 그녀와 사랑을 나누며 사방 벽을 쌓았다고. 뒤이어 그녀는 목수와 살았는데, 그는 이미 그녀의 방과 침대를 함께 썼다고. 그다음은 배관공이자 아연공인 남자의 차례였는데 해당 작업이 마무리되자마자 이 남자 역시 차버렸고, 그 다음으로 함께 살게 된 기와공이 시멘트 기와지붕을 올려주었다고. 그다음엔 화가가 그녀와 밤을 함께하며 천장과 벽에 칠을 하고 집 정면에 초벽을 발라주었고, 마지막엔 소목장이가 그녀에게 가구를 만들어주었다고. 그렇게 만차는 사랑과 온전한 의지로 자신의 집을 가졌고, 노예술가까지 덤으로 얻게 된다....우리는 이렇게 만차의 삶을 한 바퀴 돌아본 뒤 정원으로 되돌아왔다.
*표지의 타이포 위치가 마음에 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