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향기,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1998, 프랑스, 이란
Taste of Cherry, Ta'm e guilass, 1997, Abbas Kiarostami
-그때 내 손에 뭔가 부드러운 것이 만져졌어요, 체리였죠. 탐스럽게 익은 체리였어요.
*박제사가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Ali Kazma의 박제사 영상이 생각났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은 마지막에 영상의 해상도가 낮아지면서 영화 촬영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었다.
마치...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 1/2> 같기도, 레오 카락스의 <홀리 모터스> 같기도.
영화와 현실의 경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현실의 해상도가 더 낮고 영화의 해상도가 더 좋은, 이러한 해상도의 차이에서는 <쉰들러리스트>의 마지막 장면 같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상한 안도감과 그가 살아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주인공이 살았을까 죽었을까 그것에 대한 의문이 가시기 전에 영화는 현실로 우리는 끌어올린다.
*삽을 파는 많은 사람이 있지만, 주인공은 자신을 묻어줄 사람을 찾지 못한다.
*흙 속으로 묻히고자 하는 주인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자의 오버랩 방식이다.
**군인, 신학자, 박제사 모두 죽음과 연관이 있는 직업이었고, 마지막의 박제사만이 그의 죽음을 약속하는 동시에 그가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한 것이 인상깊다.
**포스터에서 보면 체리 나무에 주인공의 눈이 오버레이 되어 있는데, 로드 무비처럼 시종일관 차를 운전하는 옆모습을 보이는 주인공이 정면을 보이는 순간은 그가 죽기 위해서 미리 파놓은 땅에 들어갈 때 였다.
하지만 그 장면은 이내 영화 촬영 장면으로 바뀐다.
**깐느 영화제에 이란 정부의 출국금지로 출품을 못했다가 폐막 전에 가까스로 출품해서 상을 받았다는....톡 터지는 체리같은 일화도 있다.
**감독은 대본 없이 작업을 하면서도 차 안에서 이뤄지는 대화를 기본으로 스토리를 구성했고, 감독 자신이 운전석이나 조수석에 함께 탄 채 각 배우들을 따로 촬영함으로써 비전문배우들인 그들에게서 마치 인터뷰를 하듯이 대사를 이끌어냈다. 따라서 <체리의 맛>의 중심에 자리한 고립이라는 주제는 영화르 만든 방식과 분리할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 p. 8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