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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임세경∙이세욱 역, 2011, 열린책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임세경∙이세욱 역, 2011, 열린책들

Nouvelle encyclopedie du savoir relatif et absolu, Bernard Werber






- 다르게 생각하기

사람들은 오랫동안 정보 공학, 특히 인공 지능 프로그램이 인간의 개념을 뒤섞어 새로운 각도에서 제시할 거라고 생각해 왔다. 한마디로, 전자 공학에서 새로운 철학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른 방식으로 제시한다고 해서 최초의 질료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상상력이 빚어 낸 관념이라는 점에서는 결국 마찬가지이다. 그런 식으로는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다. 

  인간의 사고를 혁신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인간의 상상력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 도시를 버린 사람들

역사에 지원지지 않을 족적을 남긴 인물들 가운데 도시라는 개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사람들이 있었다. 아틸라와 폴 포트도 그런 부류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폭군은, 좁은 면적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도시 생활은 부패패와 악의와 퇴폐만 낳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전쟁터와 들판을 떠도는 생활 속에서만이 인류의 미래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도시의 구역 배치

대도시에서 부자들이 사는 구역과 빈민들이 거주하는 구역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면, 거기에는 아주 분명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파리의 경우는 부자 구역이 서쪽에, 빈민 구역이 동쪽에 자리잡고 있다. 그것은 바람이 바다에서 육지로, 곧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것과 관계가 있다. 결국 부자 구역의 악취와 오염물질이 날아와 빈민 구역의 대기를 더럽히곤 하는 것이다.(그 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와는 달리,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같은 미국의 대도시에는 현재 부자 구역이 변두리에, 빈민 구역이 도심에 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땅이 광대한 그 나라에서는 새로운 구역은 으레 외곽에 건설한다. 그 결과 도심은 낡은 구역이 되어 버린다. 그런 도시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때, 경찰은 구역을 그렇게 배치하는 것에 또 다른 이점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이점이란, 빈민들은 도심에 있기 때문에 포위당하기가 쉽고, 변두리에 있는 부자들은 도망치기가 쉽다는 것이다.


- 연대의식

연대 의식은 기쁨이 아닌 고통에서 생긴다. 누구나 즐거운 일을 함께한 사람보다 고통의 순간을 함께 나눈 사람에게 더 친근감을 느낀다.

  불행한 시기에 사람들은 연대 의식을 느끼며 단결하지만, 행복한 시기엔 분열한다. 왜 그럴까? 힘을 합해 승리하는 순간, 각자 자기 공적에 비해 보상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떄문이다. 저마다 자기가 공동의 성공에 기여한 유일한 공로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서서히 소외감에 빠진다.

  친한 사람들을 갈라놓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에게 공동의 성공을 안겨 주는 것이다....

  벗들과의 우정을 간직하려면, 자기들이 성공한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자기들이 실망한 일, 실패한 일을 자꾸 들먹이는 쪽이 낫다.

  어원적으로 보면 <공감sympathie>이란 말은 <함께 고통을 겪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soun pathein>에서 유래한다. 마찬가지로 <동정compassion>이란 말 또한 <함께 고통을 겪다>라는 뜻의 라틴어<cum patior>에서 나온 것이다. 

   대부분의 종교에서 순교자들을 기리는 일에 정성을 다하는 것도 그런 것과 관계가 있다. 저마다 상상 속에서나마 골고다의 언덕이나 선구자들의 고난을 겪게 함으로써, 공동체의 끈끈한 연대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어떤 집단에 응집력과 결속력이 건재하는 것은 그 골고다의 언덕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