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밀란 쿤데라, 방미경 역, 2011, 민음사
La Plaisanterie, Milan Kundera, 1967
- 부탁하는 일의 성격이 은말한 것이니, 그러자면 그들은 보지 못했던 그 긴 세월 위로 애써 다리를 놓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 우리는 다만 서로 그 사이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서로 다르다고 반복해서 말해야 할 뿐이다. (나는 코스트카에게서 이 다른 점을 좋아했고, 그와 논쟁을 하면 나는 정말 누구인가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언제나 확인할 수 있어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았다.
- 그와 함께 있으면 내 이상이나 취향을 바꿀 필요가 없다.
- 내가 그에게 결혼한 여자임을 환기시키자 더욱 그가 나를 갈망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쁨. 결혼한 여자이므로 나는 다가갈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사람은 언제나 무엇보다도 다가갈 수 없는 것을 강렬하게 욕망한다. 나는 그의 윤곽에 서린 그 서글픔을 마셨고, 그리고 그 순간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나는 젊었고, 내가 누구인지 누가되고 싶은지 자신도 몰랐기 때문에 여러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얼굴들 사이에 존재하는 부조화가 내가 두려움을 주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나는 그중 어느것에도 꼭 들어맞길 않았고, 그저 그 얼굴들 뒤를 맹목적으로 이리저리 헤매다니고 있었다)
- 말을 놓는 사람들이 친밀하지 못한 경우에는 돌연히 정반대의 의미를 띠고 무례한 표현이 되어버리며, 그래서 반말이 통용되는 사회는 모두가 서로 친한 사회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존중이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회인 것이다.
- 이 이미지(아무리 나와 비슷하지 않다 해도)는 나 자신보다 비교할수도 없이 더 실재적이며, 그것은 결코 나의 그림자가 아니라, 나 바로 나 자신이 내 이미지의 글미자였다. 왜 나를 닮지 않았냐고 그 이미지를 탓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며 이미지와 다른 것은 내 잘못이었다.
- 슬픔, 우울의 공감보다 사람을 더 빨리 가깝게 만들어주는 것은 없다.
- 아무 표지도 측량선도 없이 그저 무심히 흘러가던 시간이 점점 인간화된 얼굴을 다시 지나가고 있었다.
- 그 말은 옛 꽃말들에 담긴 수많은 상징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오래되고, 더 알수없고, 더 본능적인 언어 이전의 어떤 것을 뜻했다.
- 삶은, 아직 미완인 그들을, 그들이 다 만들어진 사람으로 행동하길 요구하는 완성된 세상 속에 떡 세워놓는다.
- 그 의심은 곧바로 모두들 무조건 알렉세이가 한 짓이라고 믿어버리는 집단적 확신으로 변했다.
- 서로의 생각이나 소식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이미 수차례 말해진 하나의 진실만을 서로 자꾸만 다짐할 뿐이었다.
- 나는 동료들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고, 우리는 다함께 루치에에 대한 욕망에 몰두했다.
- 우리는 오로지 상황의 압력과 자기보존 본능때문에 가축떼처럼 풀을 뭉쳐 우글우글 몰려있는 것일뿐이며, 그런 식의 연대의식이 무슨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의심스러워졌다.
- 천년동안 내내, 새 신랑은 자기 결혼식의 주체가 결코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결혼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그를 결혼시키는 것이었다....행동하는 것, 말하는 것은 그의 몫이 아니었다...그 것은 바로 선대의 전통. 사람들을 자신의 포근한 물결 속에 끌여들여 다음 전통으로 건내주는 선대의 전통이었다.
- 사실상 내가 한 여자에게서 좋아하는 것은 그녀 자체가 아니라 그녀가 내게 다가오는 방식, <나에게> 그녀가 의미하는 그 무엇이다.
- 루치에가 더 이상 루치에가 아닐 장소에서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의 삶을 계속해서 <해독>해야만하는 이런 욕구를 억누를 수가 없다.
- 분홍빛 기쁨의 덧없는 흔적은 진짜 쾌락이 아니라 <쾌락의 패러디>...
- 우리의 생각과 말이 아무리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해봐야 소용없이 우리가 하는 행동은 바로 이 땅처럼 그렇게 낮은 것이라는 생각
- 그 사람이 드러내고 싶어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 실제의 인물은 파멜 제마넥의 과장된 제스쳐 뒤로 스러져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 어쨌든 그녀가 그런 유사성을 보고, 느끼고, 집요하게 거기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 사랑에 빠진 남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몸에 다른 어떤 남자의 몸도 먼저 지나쳐간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체험할 법한 그런 현기증을 느꼈다.
- 이 잠이라는 게 허울 뿐인 잠이었다.
- 그 누구도 그것의 의미와 전언을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마치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가 그것을 읽지 못하는 (그리고 그 글자를 환상적인 그림으로 밖에 파악할 수 없는) 사람들 파악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한층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처럼
- 피곤, 피곤.
- 나는 실수로 생겨난 일들이 이유와 필연성에 의해 새겨난 일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실제적이라는 것을 느끼며 전율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가지 헛된 믿음에 빠져있다. 기억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과 (행위, 실수, 죄, 잘못 등을) 고쳐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그것이다.
- 우리의 운명은 죽음보다 훨씬 이전에 끝나는 일도 종종 있다는 생각.
*2013년
*야들야들한 마음에는 밀란쿤데라 소설이 처방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