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무라카미 하루키, 카트멘쉬크 그림, 양윤옥 역, 2012, 문학사상
- 의무로서 쇼핑을 하고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아이를 돌봤다. 의무로서 남편과 섹스를 했다. 익숙해져 버리면 그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간단한 일이다. 머리와 육체의 커넥션을 잘라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것뿐이다.
- 어떤 책에 재미있는 얘기가 있었다. 인간은 사고에 있어서도 육체의 행동에 있어서도 일정한 개인적 경향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그 저자는 말했다. 인간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행동이나 사고의 패턴을 만들어나가는 존재이고, 한번 만들어진 그런 경향은 어지간한 일이 없는 한 바뀌지 않는다. 즉 인간은 그러한 경향의 감옥의 갇힌 채 살아가는 셈이다. 그리고 잠이야말로 그렇게 한쪽으로 쏠린 경향을 -구두 뒤축이 한쪽만 닳는 듯한 일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중화해주는 것이다. 인간은 잠 속에서 한쪽으로 쏠린 채 사용되던 사고회로를 진정시키고 또한 방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인간은 쿨 다운 된다.
* 2014년 다이어리...?
* 카트 멘 쉬크의 일러스트는 물이 꽉찬 유리그릇에 퍼지는 기름같았다. 무채색의 그림 속에서 형체는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알 수 있었다.
* 잠을 자지 않는 다는 요소는 흥미로웠다. 특이한 사건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은은하게 배이는 공포와 불편함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