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장으로의 초대, 블라디미르 나보코브, 박혜경 역, 2009, 을유문화사
Priglashenie Na Kazn, Vladimir Nabokov, 1938
p. 147
"아니요, 당신은 어쨌든 패러디에 불과할 뿐입니다." 친친나트가 속삭였다.
그녀가 미심쩍은 듯 미소를 지었다.
"이 거미처럼, 이 격자처럼, 이 시계 소리처럼." 친친나트가 속삭였다.
"그럴 리가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다시 코를 풀었다.
"설마 그럴 리가요." 그녀가 다시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죄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었으며, 그사이 시계는 무의미한 울림소리를 내며 치고 있었다.
"나가실 때 복도에 있는 시계를 주의 깊게 보시지요." 친친나트가 말했다. "시계의 숫자판은 비어 있지만 30분마다 간수가 옛 바늘을 지우고 새 바늘을 그려 넣고 있습니다. 당신은 바로 그렇게 색칠된 시간에 따라 살고 있는 것입니다. 시계 소리는 보초가 내는 것이고, 그래서 그는 보초라고 불리는 것이지요."
p. 223
(그녀가 없는 잠깐 동안 그는 그녀와 절박하고 중요한 대화는 시작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이 중요한 것을 표현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동시에 그의 가슴에 통증이 밀려왔고 늘 있던 추억이 한 쪽 구석에서 훌쩍거렸다.)
p. 252(끝이다!)
친친나트는 먼지와 떨어지는 물건들, 펄럭이는 무대장치 사이를 지나, 목소리들로 판단해 볼 때 그와 닮은 존재들이 서 있는 쪽을 향하여 나아갔다.
*블라디미르 나보코브는 이 소설을 가장 좋아했다고 했지만, 나는 그래도 롤리타가 더 좋은 것 같다.
언제 사형장으로 초대받는지 나도 친친나트만큼이나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