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들, 2018, 서울국제도서전 리미티드 에디션
함박눈 / 김사과
pp.76-77
"신기하잖아요! 이런 우연은 드물지 않나요!" 그가 과도하게 목청을 높였다. "안 신기하세요?"
나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했다. 그도 멈추고 궁금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내가 말했다. "이게 신기해지려면요, 이게 정말로 신기한 일이려면 앞으로 우리에게, 함께, 뭔가 벌어져야 하는 거 아닐까요? 하지만 그럴 리가 없잖아요."
"없을까요?" 그가 물었따.
"없죠."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정말로, 없을까요?"
"네, 없어요."
"정말로?"
"정말."
"진짜?"
"......"
우리는 그렇게 잠시 멀뚱히 선 채로 우리의 미래를 궁금해하다가 헤어졌다.
야생의 서점 / 윤고은
p.97
야생의 서점을 열게 된다면 그곳에 팔 수 없는 책을 하나쯤 둘 것이다. 딱 하나뿐인 한정판을. 그 책을 볼때는 누구나 장갑을 끼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현대판 부드러운 면장갑이 아니더라도 좋다. 나는 저기 의자에 앉아서 나뭇가지 56개를 천천히 다듬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막 장갑 손으로 손을 밀어넣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당신이 뭘 해도 이 책을 살 수는 없고 단지 이 순간 만져볼 수는 있다, 는 투로 "그 책은 판매용이 아닙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는 동안 책은 유연하게 몸을 펼쳤다가 접었다가를 반복하며 바람을 만들어낼 것이다. 아코디언처럼, 우연한 접목의 목격자처럼.
열리지 않은 책방 / 손원평
pp.113-114
마지막으로 '오픈이라는 팻말을 잘보이게 걸어두면, 주인에게는 '클로즈'라는 글자가 보인다. 밖에서는 열려 있고 안에서는 닫혀있다. 그러니까 닫혀 있지만 열려 있는 책방이다.
*국제도서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발간되었다.
김사과의 글을 읽기 위해서 바리바리 샀다가 다른 작가들의 글에도 감탄했던.
*사이먼 크리츨리, 자살에 관한 노트
*책도 너무 이쁘다. 표지의 질감과 투박한 일러스트와 가지런한 글들.
디자인: 워크룸
*목차.
나의,
▶ 조경란 - 나비와 책
▶ 손보미 - 나의 세종서점
▶ 박솔뫼 - 지나온 서점들
▶ 은희경 - 내 인생의 책방들
먼 곳의,
▶ 하성란 - 울름, 야스트람 그리고 곰
▶ 한유주 - 벵갈루루의 책벌레
▶ 김사과 - 함박눈
▶ 함정임 - 베르사유의 길모퉁이 서점 라 쉬이트
상상의,
▶ 윤고은 - 야생의 서점
▶ 구병모 - 1인용 서점
▶ 손원평 - 열리지 않은 책방